올림픽을 2차례(1936년 베를린, 1992년 바르셀로나) 제패하고 114년 전통의 보스턴 마라톤을 3차례나 석권(1947년, 1950년, 2001년)했던 한국마라톤이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마라톤의 위상은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추락해 있다. 한국최고기록(2시간7분20초)은 세계최고기록(2시간3분39초)에 4분 가까이 뒤처져 있고, 아시아기록(2시간6분16초)과도 1분여 차이가 난다. 특히'국민 마라토너' 이봉주(40)가 은퇴한 이후 이 같은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지영준(29ㆍ코오롱ㆍ사진)이다. 이봉주 은퇴 후 마라톤 지도자들은 소속사를 불문하고 '포스트 이봉주'의 적통으로 지영준을 꼽았다. 그러나 지영준은 안팎의 기대에 부응치 못하고 소속팀과의 불화로 한 동안 팀을 떠나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팀에 복귀한 지영준이 오는 11일 열리는 대구국제마라톤대회 2연패를 향해 신발끈을 동여맸다.
지영준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케냐 등 아프리카의 수준급 선수들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의 최고기록 2시간8분30초도 이때 세웠다. 현역선수론 김이용(37ㆍ대우자판ㆍ2시간7분49초)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그러나 김이용의 기록이 99년 로테르담대회에서 거둔 '과거형'이라면 지영준의 그것은 '현재형'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해 6월 상지여고 육상부 코치 이미해(28)씨와 결혼한 지영준은 처갓집이 있는 원주와 국가대표 마라톤 기술위원장 황영조가 이끄는 대표팀 전지훈련지인 제주에 머물며 훈련을 거듭해왔다. 매일 30~40km를 뛰며 몸을 만들었다는 지영준은 이번 대회에서도 2시간 8분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이상 '마라톤 기대주'란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다는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마라톤의 대들보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봉주 선배는 31살때 한국최고기록을 세웠다"며"그런 점에서 자신은 아직 청춘"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인증 국제대회로 승격된 지 2년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6개국에서 40명의 남녀 철각들이 기량을 겨룬다. 99년 암스테르담 마라톤에서 우승한 프레드 킵롭 킵툼(36ㆍ케냐)이 2시간6분47초로 가장 기록이 좋다. 여자부에서는 이은정(28ㆍ삼성전자)이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최형철 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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