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은 음악을 정의할 순 없지만, 지난 6년간 한결 같이 좋은 음악에 대한 고민을 프로그램에 담아왔다는 것만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2004년 4월 1일 문을 연 'EBS 스페이스 공감'(이하 공감)이 여섯살이 됐다. 6년간 '공감'과 함께한 백경석 PD와 지난 1월 '공감'팀에 자원해 새로 합류한 정윤환 PD를 5일 오후 서울 도곡동 EBS에서 만났다.
'공감'은 단순히 방송을 내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공연을 한다. 공연장은 151명의 관객 밖에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이지만, 그 덕에 관객은 코 앞에서 무대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음악인, 관객, 시청자 모두가 음악을 매개로 '공감을 하는 공간'이다.
PD경력 13년 중 절반에 가까운 6년을 공감과 함께 한 백 PD는 다른 음악 공연 프로그램과는 다른 '공감'만의 특징으로 "MC없이 뮤지션이 주인이 돼서 진행하는 단독 라이브 공연"이라는 점을 꼽았다. 이 원칙은 '공감'의 존재 근거이기도 하다. 또 다른 차별성은 "폭넓은 음악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재즈와 크로스오버에서 록, 발라드, 힙합, 퓨전 국악, 트로트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무대에 오른다.
이런 특징들로 빚어진 '공감'만의 정체성은 '대안'이라는 한 마디로 집약됐다. 그들은 "주류와는 별개로 '공감'은 주류 이외의 토양이 두터워지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을 "새로운 대안들이 싹을 보이는 시기"라며 5년 전보다 지금이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훨씬 희망적이라고 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헬로루키 콘테스트'는 '공감'이 생태계 다양성에 일조했음을 보여준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비롯해 '국카스텐' '한음파' 등 실력 있는 신인들이 '공감'을 통해 대중에게 음악을 알렸다.
"2004년엔 무대에 서기로 했던 한 뮤지션이 도망간 적이 있었어요. 닷새 전부터 연락도 안 되고 집 앞에서 잠복을 했는데도 헛수고였죠."
6년간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은 숱하게 많았다. 웃통을 벗은 관객이 무대로 뛰어오르거나 공연 도중 퍼포먼스를 하다가 마이크가 부서진 경우는 심심찮다. 뮤지션과 함께 음원 믹싱 작업을 하다가 지워져 곤욕을 치른 적도 있고, 페스티벌 참여 차 내한한 마이크 스턴은 페스티벌이 취소돼 '공감' 무대에만 서고 돌아가기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끝에 맞이한 여섯 번째 해. 그들은 "아직도 배고프다. 목표를 이루기엔 갈 길이 멀다"며 "앞으로 15년은 할 수 있지 않겠나. EBS 최장수 프로그램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의 4월 한 달은 6주년을 맞아 시청자가 뽑은 음악인과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 선정한 음악인의 무대로 채워지며, 송창식을 비롯해 김창완, 부활, 피아, 에픽하이 등의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