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여·29세)씨는 2008년 11월 실기 면접을 거쳐 실력으로 합격한 서울소재 A홍보대행사에 출근 첫날 회사를 다니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왼손이 불편한 양씨를 본 사장이 회사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이유를 댔다. 그것도 양씨가 퇴근하자 전화로 일방적으로 했다. 단지 장애를 이유로 해고된 양씨는 곧바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A홍보대행사 대표에게 손해배상금 240만원 지급을 권고했다. 양씨가 진정 이후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해 인권위가 복직 대신 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회사는 곧바로 이를 수용했다.
인권위에 장애인 차별 진정이 무려 8배 가까이 늘어났다. 2008년 4월11일 취업 등 일상생활에서 장애로 인한 차별을 하지 못하도록 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전후를 비교할 때 그렇다. 법 시행 전에는 연평균 90건이지만 시행 후에는 695건이다. 법 시행 후 2년간 접수된 차별 진정 2,778건 가운데 장애 관련은 1,390건. 무려 절반의 비중이다. 법 시행 전만해도 14%(630건)에 불과했다.
이렇게 폭증한 덴 이유가 있다. 법 시행 전만해도 장애 차별은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권리구제를 받았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었다. 인권위가 시정을 권고해도 피진정인이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장애인들도 인권위 진정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법 시행으로 피해자 권리보호가 한층 강화됐다. 인권위 권고를 듣지 않으면 법무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바뀌었다. 명령을 듣지 않으면 벌금 등 처벌을 받게 됐다. 그러니 인권위의 말발이 피진정인에게 먹히게 됐다.
이런 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장애차별 진정건수는 417건이고 진정인이 구제받은 경우는 절반(225건)이 넘는다. 이 가운데 167건(74.2%)은 인권위 결정이 나기도 전에 피진정인이 두 손을 들었다. 진정인과 합의를 보거나 요구사항을 그대로 들어줬다. 인권위 관계자는 "장애차별은 진정 자체가 큰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장애 차별 진정내용과 관련, 신용카드 발급과 금융서비스 등 재화ㆍ용역 이용불만이 209건(15.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괴롭힘 195건(14.0%)과 시설물 접근권 189건(13.6%) 등의 순이었다. 감각 및 지체장애인은 시설물 접근 등 사회적 활동 수행에 대한 제약에 대해, 지적발달 장애인은 지적 인지도가 낮다는 편견과 괴롭힘에 따른 진정을 많이 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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