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모처럼 따뜻해진 날씨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뜻하게 집을 나서다가도 먼지로 뒤덮인 누런 하늘을 보면 다시 울적해지곤 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삼겹살이나 보쌈을 찾는 발길이 는다. 황사에 돼지고기가 좋다는 속설 때문일 터. 하지만 삼겹살 보쌈이 아무리 좋대도 하루이틀 먹으면 물리게 마련이다. 기왕이면 돼지고기로 뭐 좀 색다르게 해먹을 수 있는 메뉴 없을까. 양돈자조금관리위원회와 인기 블로거들이 제안한 남다른 돼지고기 요리를 소개한다.
부드럽고 깔끔한 안심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돼지고기 부위는 주로 삼겹살이나 목살. 가정에서는 그냥 구워 먹거나 보쌈 김치찌개 정도 해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찮다는 마음만 떨쳐내면 돼지고기도 얼마든지 다양한 요리로 변신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번 주말엔 팔 걷어붙이고 실력 발휘 한 번 해보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돼지고기 먹는 걸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은 대체로 지방 때문이다. 식구들이 저지방의 담백한 맛을 원한다면 삼겹살 대신 안심이나 등심이 좋겠다. 특히 허리 안쪽 근육인 안심은 지방이 매우 적은 부위다. 육질이 부드럽고 맛이 깔끔해 샐러드나 장조림용으로 알맞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돼지 안심을 대파와 함께 푹 삶은 뒤 식혀 얇게 썬다. 통깨를 갈아 땅콩버터와 식초 설탕 겨자 소금 간장을 넣어 깨소스를 만들고, 얇게 썬 안심과 양상추 치커리 양파 피망을 섞은 다음 위에 얹어내면 신선한 돼지고기 샐러드가 된다. 안심으로 만든 장조림은 지방이 적어 냉장 보관해도 기름이 거의 뜨지 않는다.
돼지고기로 끓인 맑은 국도 맨날 엇비슷한 찬에 식상해진 입맛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멸치를 우린 육수에 한 입 크기로 썬 안심과 두부 굴을 순서대로 넣고 5분 정도 살짝 끓여준다. 마지막에 다진 마늘과 대파를 넣고 한 번 더 끓여 국간장과 소금 후추로 간을 맞추면 완성. 굴과 안심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어우러진 덕에 밥 한 끼 뚝딱이다.
탄력 있는 등심과 씹는 맛 앞다리살
돼지 등쪽 긴 근육인 등심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어 스테이크용으로 좋다. 돼지고기 스테이크는 밀가루를 묻혀 약한 불에서 구우면 겉은 바삭바삭하면서도 육즙이 빠지지 않아 풍부한 맛을 낼 수 있다.
등심과 식빵을 함께 쓰면 눈이 즐거운 이국적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테두리를 잘라낸 정사각형 식빵을 오목한 틀에 넣어 컵 모양으로 만들고 오븐에서 10분 정도 바삭바삭하게 구워 식힌다. 등심을 가로 세로 1cm로 썰어 밑간을 한 다음 센 불에서 볶다가 고추장 설탕 간장 굴소스 참기름으로 만든 양념장을 넣고 고추 느타리버섯 양파와 함께 물기 없게 다시 볶아낸다. 이를 식빵 컵에 담고 작은 파슬리를 올리면 새봄맞이 손님상에 잘 어울린다.
안심이나 등심보다도 지방이 적은 부위가 바로 앞다리살. 다리니만큼 근육이 잘 발달돼 있다. 살살 녹는 부드러운 식감보다 자근자근 씹는 맛을 즐기고 싶을 때 적당하다. 보통 주물럭이나 편육에 많이 쓰이지만 이번엔 새콤달콤하게 무쳐보는 것도 좋겠다. 앞다리살을 얇게 한입 크기로 잘라 생강즙과 청주 후추에 밑간 한 다음 끓는 물에 데쳐내 식힌다. 봄동과 달래에 고춧가루를 넣고 섞은 뒤 다진 유자청과 마늘 설탕 식초 참기름 통깨를 넣고 한번 더 버무리면 된다.
앞다리살의 씹히는 느낌과 어울리는 부드러운 짝이 생각날 땐 감자와 아스파라거스 괜찮다. 어슷하게 썬 아스파라거스와 얇게 저민 마늘을 소금 간해 볶다가 물 넣고 3∼5분 정도 끓인 뒤 국물은 버린다. 얇은 판처럼 자른 감자 위에 익힌 아스파라거스와 잘라 밑간 해둔 앞다리살을 올리고 소금 후추를 살짝 뿌린 다음 오븐에서 10분 정도 굽는다. 입맛에 따라 매콤한 소스를 곁들여도 좋다.
황사엔 돼지고기?
사실 돼지고기가 정말 황사에 들어 있는 중금속을 제거하는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로 돼지고기를 먹은 공장 근로자들의 혈중 납과 카드뮴 농도가 줄었다는 한 연구결과를 놓고도 중금속 해독 효과를 확인한 데이터라는 견해도 있고, 그 정도만으론 불충분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중금속 해독 효과만을 위해 돼지고기를 부러 찾아 먹을 필요는 없지만 여러 부위를 골고루, 그것도 해산물이나 채소와 함께 요리해 먹으면 실보다 득이 많을 듯하다. 최근엔 돼지고기를 1주일에 한 번 정도 섭취하면 빈혈이 예방되거나 생식능력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임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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