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생존자들과의 만남을 군에 요구했고, 군이 수용 입장을 밝혔다. 실종자 가족은 '유실 전사자' 발생도 받아들이겠다고 해 함체 인양이 끝나는 시점에 실종자 수색작업도 종료될 전망이다.
실종자 가족협의회는 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식이나 형제 등이 얼마나 열심히 근무했는지, 어떤 군인이었는지 등을 듣기 위해 직계가족들과 생존자 전원의 만남을 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일부 가족이 사고 뒤 개별적으로 생존자 가족 등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며 "가족들 마음의 안정을 위한 차원이라 필요하다면 (가족협의회) 대표들은 빠지겠다"고 덧붙였다. 실종자 가족의 면담 요구는 '사고 원인을 캐서 따지겠다는 게 아니라, 다시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실종자에 관련한 마지막 기억이라도 마음에 담아 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이날 "생존자들의 상태가 안정되는 대로 실종자 가족과의 만남은 물론 그들의 증언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안함에서 구조된 승조원들은 순차적으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55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3명은 사고해역에서 수색 및 함체 인양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군은 생존자들을 수도병원에서 격리치료하며 외부와의 접촉을 철저히 차단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가족협의회는 떠내려가 찾을 수 없는 '유실 전사자는 있으면 받아 들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정국 가족협의회 대표는 "현실적으로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유실 전사자가 발생해도 다른 요구는 하지 않겠다"며 "다만 이번 같은 상식 이하의 구조작업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실종자들의 명예를 살리는 길이고, 이를 위해 원인 규명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종자 가족들의 구조작업 중단 요청에 군의 제의가 있었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이 씨는 "상당히 애매하지만 군의 강요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씨는 "고 남기훈 상사 시신 발견 직전 그런 이야기가 오가긴 했어도 최종 결정은 실종자 가족들이 협의와 고민 끝에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침몰 11일째를 맞으며 실종자 가족들은 점차 냉정을 되찾아가는 분위기다.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 내 가족들도 사고 초기의 절반 정도인 150명 선으로 줄었다. 이들 가운데 외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가족들은 없지만 임시숙소에서 장기간 머문 영향으로 상당수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이동진료차량을 파견한 경기도의료원은 1일부터 이 날 오후까지 약 120명의 실종자 가족들을 진료했다. 감기를 호소하는 가족들이 가장 많았고, 일부는 근육통, 두통, 속쓰림, 복통,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의 증세를 보였다.
한편 전교생 627명 가운데 470명이 해군 자녀인 평택 원정초등학교는 실종자 자녀들이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이날 오전에는 박귀옥 교장 등 교사 3명이 고 남기훈 상사 집을 방문해 "자녀들이 학교생활을 잘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정초교에는 고 남 상사의 자녀 2명을 비롯해 실종자 자녀 6명이 다니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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