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하게 시작해 빨리 승부를 내려는 즉흥 창업은 100% 실패합니다. 창업이란 정년 없는 평생 직장을 찾는 일이니 멀리 내다보세요.”
서울시 일자리플러스센터 창업상담사 원유만(53ㆍ사진)씨는 ‘창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지난해 1월 센터 개소 이후 지난달까지 상담자 총 4,169명 가운데 실제로 창업에 성공한 이는 65명. 이 가운데 무려 27명을 원 씨가 상담했다. “전 사업 실패자예요. 예비 창업자에게는 창업 노하우 못지않게 실패의 교훈이 필요하죠.”
25년간 은행원으로 살던 그는 2006년 정년을 5년 앞두고 명예퇴직, 보일러 부품 제조공장을 차렸다. “직장 다니며 관련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6개월 간 준비했어요.”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더라고 했다. “겉으론 좋아 보였는데 알고 보니 사양산업이더군요. 시장 분석을 충분히 안 해 피 튀기는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던 거죠. 허허.” 그는 2억 원 가량 손실을 내고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사업에는 실패했지만 따뒀던 ‘경영지도사’ 자격증으로 그는 상담사로 변신했다. 그리고 그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인기 상담사가 됐다. 그의 입에선 창업 기술이 술술 나왔다. “치킨 가게를 열더라도 웰빙시대니까 허브가루를 입혀 튀기거나 한약재를 접목할 수도 있죠. 붕어빵에 팥만 들어가나요? 치즈, 꿀도 넣을 수 있죠. 차별화 전략입니다.” 월 혹은 주 단위로 구체적인 사업계획 세우기, 창업 자금 대출 요령, 전문분야 동업 시 반드시 합의서 쓰기 등등….
그는 지난해 10월 창업한 최진희(39)씨의 예를 소개했다. 최 씨는 그 해 5월 첫 상담 이후 원 씨의 도움으로 IT분야 전공을 살려 이용자가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쌍방향 게임 모바일 컨텐츠 제작업체를 만들었다. “현재 월 매출 4,500만원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어요. SKT, KT, LG 등 대형 통신사업체와도 접촉 중이니 대 성공이죠.”
상담 신청자 대부분이 취약 계층이라 안타까운 일도 수시로 벌어진다. “딸과 함께 사는데 모두 신용불량자라 취업도 자금 대출도 못 받는 처지라며 상담하러 오신 분도 있었어요. 당장 갈 차비도 없다는데 막막하더군요.” 그는 최근 경기 여파로 사업에 실패한 이들이 늘어 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등 이른바 ‘버블 세븐지역’에 사는 이들도 더러 센터를 찾는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부터 원씨는 매달 성동구치소를 찾아가 출소 예정자를 대상으로 창업ㆍ취업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와 격리된 채 생활한 만큼 사업 실패의 위험이 높아 그들에게는 가급적 취업을 권유한단다. 그는 특강을 듣고 상담을 받은 출소자 가운데 벌써 6명이 취업했다며 자기 일처럼 뿌듯해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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