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정부 일자리 사업은 제조업, 토목 위주의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것도 희망근로 프로젝트처럼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었다. 현 정부 들어 “서비스산업에 희망이 있다”며 여러 차례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것 역시 고용정책으로 이어지기엔 한계가 있었다.
정부가 8일 국가고용전략회의에서 내놓은 ‘유망 서비스분야 일자리 창출 방안’은 서비스산업 선진화와 일자리 정책의 본격 결합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갈수록 고용창출 능력이 저하되는 제조업에만 매달리지 않고, 서비스 같은 소프트 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려는 구체적 액션 플랜이다.
특히 눈 여겨 봐야 할 대목은 정부가 선정한 5개 유망 서비스 분야 중 첫 번째가 콘텐츠ㆍ미디어ㆍ3D 등 이른바 ‘스마트 산업’이라는 점. 스마트폰과 3D 영화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는 등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춰 일자리 창출 전략의 패러다임도 ‘스마트 일자리 창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계 경제가 제조업 등 하드웨어 중심에서 문화, 콘텐츠, 서비스 등 소프트 경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우리도 소프트산업을 육성하고 여기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를 확보해야 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이나 구글이 개방형 생태계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영화 아바타가 3D 서비스 시장을 개척한 마당에 여기서 더 뒤처지면 도저히 쫓아갈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 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세계 앱스토어(모바일 콘텐츠 장터) 시장의 매출액은 작년 42억달러에서 2013년에는 295억달러로 팽창할 전망(가트너)이고,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 1억7,800만대에서 2013년 6억대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삼성경제연구소)된다. 특히 이제 막 태동기에 접어든 3D산업은 매년 60% 이상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스마트 산업은 제조업은 물론이고 사회 서비스나 교육, 의료ㆍ보건 등 다른 유망 서비스 산업보다도 청년층의 일자리 눈높이와 맞는다는 강점이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금의 극심한 청년실업은 일자리 자체가 없어서(19.3%)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에 드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75.6%)인 측면이 훨씬 크다.
다소 회의적이기는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이 분야에서 2014년까지 8만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이런 눈높이 격차는 일정 부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은 “현재 청년층은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한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만큼 디지털 관련 일자리는 청년층의 선호에 부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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