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바라던 기적은 아직 없었다. 고 남기훈 상사에 이어 천안함 침몰 13일째인 7일 오후엔 김태석(37) 상사의 시신이 발견됐기 때문.
이날 오후 실종자 시신 한 구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초조히 신원확인을 기다리던 김 상사의 가족들은 김 상사임이 확인되자 속절없이 절망했다. 한 줄기 희망을 가지고 남편을 기다리던 김 상사의 부인 이수정(36)씨는 "이렇게 돌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너무 슬프고 힘들지만 찾은 것만으로도 감사…"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오후 7시31분께 시신이 사고현장의 독도함에서 평택2함대로 이송돼 오자 이씨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여보"란 두 글자를 깊고 힘들게 내쉬었다. 그리고 이내 실신 직전의 지경에 이르렀다. 동기 부사관 가족의 부축을 받고 남편의 몸으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손을 뻗었지만 닿지 못했다.
김 상사의 어린 세 딸은 아버지의 죽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날 오전 선체 인양작업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사고 인근 해역까지 헬기를 타고 다녀왔던 형 김태원(45)씨 역시 "동생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라며 통곡했다..
동료들도 슬픔에 잠겼다. 김 상사의 부사관 동기생인 남기중 중사는 "신망이 깊고 가족에 대한 사랑도 깊었던 동기였는데, 이렇게 보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상사의 검안에는 부인과 유가족, 부사관 동기 부인 5명과 실종자 가족대표단 1명 등 10여명이 참석했다. 해군은 유족들의 요청으로 시신을 고 남기훈 상사 시신과 함께 평택2함대에 안치할 계획이다. 실종자가족협의회는 "실종자 전원을 발견하기 전까지 장례 절차는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군도 가족들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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