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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 본격화/ "물살 느려지는 지금이 딱인데…" 강풍·파도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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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인양 본격화/ "물살 느려지는 지금이 딱인데…" 강풍·파도가 원망스럽다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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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들어가면 되는데…."

천안함 인양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민간 인양업체 잠수사들은 6일 백령도 해상의 성난 파도 앞에 당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날 수중탐색 작업에 이어 이날까지 해저 지형과 지질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끝내려 했지만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일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백령도 앞바다에는 이날 최대 초속 13m의 거센 바람이 불어 파도가 2~3m로 높게 일며 해상크레인을 집어삼킬 듯 허연 물보라를 일으켰다.

특히 이날부터 9일까지 조류의 유속(流速)이 1노트(Knotㆍ0.51m/s) 이하로 느려지는 조금 기간이어서 작업 속도를 높일 기회였으나 강풍이라는 또다른 복병을 만난 것이다. 9일까지 선체에 쇠사슬 연결 작업을 마치지 못하면 다음 조금 때인 22일까지 인양 시기가 2주나 늦춰질 수 있어 인양업체 관계자들은 입이 바짝 타 들어갔다.

함미(艦尾) 인양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88수중개발'의 정호원 부사장은 "사고 해역의 강풍으로 작업을 할 수가 없어 대청도에 피항해 있는 상태"라며 "기상 여건이 나아지면 바로 출항할 수 있도록 모든 장비를 갖춰 놓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함미 부분은 1m가량 뻘에 파묻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양작업에 어려움을 더할 전망이다. 또 수중탐색 결과 선체가 가라앉아 있는 바다 밑바닥이 굴곡이 심하고 함체 자체도 손상이 많이 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인양업체들은 궂은 날씨에다가 열악한 작업 환경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함체 인양시기를 하루라도 앞당기기 위해 철야 작업도 마다하지 않다 보니 끼니 때에 맞춘 식사는 고사하고 컨테이너에서 쪽잠을 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88수중개발 관계자는 "직원들이 간장, 마가린에 밥을 비벼먹고, 직원 30명이 조립식 간이 화장실 하나를 사용하고 있다"며 "바지선에 있는 발전기도 110볼트라 방전된 휴대전화를 충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대청도항에 피항해 있지만 언제라도 현장으로 달려가기 위해 바지선 위에 컨테이너 3개를 가져다 놓고 1개당 6~7명씩이 들어가 새우잠을 청하고 있다"며 "바다의 밤바람이 한겨울처럼 살을 에는 듯해 직원들 대부분이 추위에 힘들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수(艦首)쪽에서 인양 작업을 하고 있는 해양개발공사 관계자는 "현장 작업을 하는데 열악한 환경은 어느 정도 각오한 것"이라며 "군에서 선박 발전기가 꺼지지 않도록 기름은 제공해 준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선체 내의 폭발물도 부담이다. 군 당국은 "함체에 있는 폭발물에 이중, 삼중으로 안전장치가 돼있기 때문에 폭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지만 100%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88수중개발 관계자는 "빠른 조류에 함체가 흔들렸는데도 터지지 않는 것을 보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폭발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작업을 할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령도=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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