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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 책 선물하는 창원지법 이진수 판사/ "판결보다 한권의 책에 더 감화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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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에게 책 선물하는 창원지법 이진수 판사/ "판결보다 한권의 책에 더 감화되지 않을까요"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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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법정에서 젊은 피고인들에게 선고와 함께 인생의 지혜가 담긴 책을 선물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창원지법 제2형사단독 이진수(40ㆍ사시 36기) 판사. 그는 "재판도 잘해야겠지만 피고인들의 이야기도 들어주고 배려하면서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인생의 교훈을 담은 책 선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고법 판사로 있을 때 유ㆍ무죄가 갈리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도 가슴 따뜻한 재판을 진행하는 한 선배 판사를 보고 단독 판사가 되면 자신도 '따뜻한 재판'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지난 2월 그는 창원지법 단독판사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첫 선고를 한 지난달 19일. 그의 피고는 자신의 친구에게 버릇 없이 군다는 이유로 후배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A(28)씨였다. 이 판사는 피고인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과 보호관찰을 선고한 뒤 "스스로를 한 번 되돌아보고 반성하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현각 스님이 쓴 <부처를 쏴라> 란 책을 선물했다.

이 판사는 "현각 스님이 '한국의 달마'로 불렸던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소개한 이 책을 읽고 젊은 피고가 불량한 품행에서 벗어나 자기를 돌아보라는 의미로 그 책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같은 달 26일 선고공판에서도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에서 물품판매 사기혐의로 기소된 B(20)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보호관찰을 선고하면서 미국의 심장병 전문의이자 작가인 조지 쉬언이 쓴 <달리기와 존재하기> 란 책을 선물했다. 이 책은 저자가 조깅을 하는 동안 깨닫게 된 자신의 참 모습과 가치를 차분한 문장 속에 담았다.

한 달에 3권 가량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는 그는 오는 16일 세 번째 선고 때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세트 중 한 권을 선물할 예정이다. 또 암 투병 중 강단에 복귀해 우리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던졌던 고(故) 장영희 교수의 책도 선물 리스트에 올려 놓았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순간의 잘못으로 나쁜 길로 빠지는 모습을 보면 늘 안타깝다"며 "앞으로도 가능성이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보다 충실하게 살아 갈 수 있도록 책 선물을 계속해 나갈 작정"이라고 말했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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