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희망하는 미래의 여행지 목록에 일본의 나오시마(直島)가 있다.
가가와(香川)현의 작은 섬인 그곳에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미술관이 있기 때문이다. 땅 속에 지은 '지츄(地中)미술관'이 그것이다. 그 미술관의 설계자가 일본의 대표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다.
그는 공고를 졸업하고 프로복서였던 경력으로 독학으로 건축에 입문해 하버드대 객원교수, 도쿄대 교수를 지낸 개성 있는 건축가다. 그의 건축물을 사진으로 보고 건축철학을 책으로 읽고 나는 안도 다다오의 세계에 빠져버렸다.
말하자면 나는 그의 팬이다. 제주에 안도 다다오가 지은 미술관이 있다. 섭지코지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란 미술관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다.
지난해 초겨울 올레길을 걷다가 그 미술관을 알게 되어 이번 여행에 다시 찾았다. 역시 안도 다다오였다. 섭지코지의 자연과 제주의 돌을 이용한 그의 건축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그는 미술관이 작품을 덕지덕지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건축을 통해 보여주었다. 일행 중에 나오시마를 다녀온 분이 있었는데 지츄미술관보다 절경인 섭지코지에 지어진 미술관이 더욱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 번의 감동을 받고 나오다 앗, 마술처럼 그곳에서 안도 다다오를 만났다. 그의 건축물 안에서 그와 악수를 나눈 행운은 오랫동안 제주여행의 즐거운 에피소드로 남을 것이다.
정일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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