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비핵보유국을 핵무기로 선제 공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오바마 정부가 방어차원이라도 핵무기 사용조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핵전략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NPR 발표 하루 전인 5일 뉴욕타임스와 단독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를 이행하는 비핵보유국에 대해서는 이들 국가가 생화학무기나 사이버 공간을 이용해 미국을 공격하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NPR에 명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2001년 NPR에서 밝힌 '비핵보유국이라도 미국이나 동맹국을 생화학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중대하고 긴박한 위협이 있을 경우 핵무기로 선제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뒤집는 획기적 변화로 평가된다.
핵무기를 선제공격은 물론, 보복공격에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핵무기 사용범위의 명시적 규정은 냉전 이후 처음이며, 이는 핵전략의 '모호성' 원칙을 공식 파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 이란 등 NPT 체제 밖에서 핵도발을 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예외적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고 밝혀 부시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북한 등에 대한 핵공격 가능성을 열어뒀다. NPT 체제를 준수하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는 엄격한 차별을 두겠다는 뜻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북한이 핵보유국이라고 공언했지만, 그것에 크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박을 계속해 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미 행정부는 핵무기 대폭 감축과 새로운 핵개발 금지도 명문화하기로 했다.
미국의 새 핵전략에 대해선 적잖은 논란도 예상된다. 미 정치권에선 우월한 핵지위의 '대가 없는 포기'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하는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안보불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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