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의 효자종목인 쇼트트랙계에 나돌던 이른바 '나눠 먹기' 소문이 대한체육회 감사 결과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2관왕 이정수(21ㆍ단국대)의 지난달 말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종목 불참 이유가 강압에 의한 것인지를 놓고 특정 감사를 실시한 대한체육회는 8일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빙상경기연맹 측과 김기훈 대표팀 감독, 전재목 남자대표팀 코치, 이정수, 김성일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와 문답서 작성 등으로 조사했다"면서 "이정수, 김성일은 전재목 코치의 강압적인 지시에 의해 불참 사유서를 작성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정수는 불참 강압이 코치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위 선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세계선수권 당시 연맹은 이정수의 불참이 부상 때문이라고 밝힌 반면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 남자 3관왕 안현수(25ㆍ성남시청)의 아버지 안기원(53)씨는 강압 때문이라는 요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이정수가 부상이라면 차 순위자 김성일(20ㆍ단국대)이 나서야 했음에도 곽윤기(21ㆍ연세대)가 출전한 부분도 석연찮았다.
체육회는 "전재목 코치는 선수들이 사유서 작성 방법을 몰라 문안만 불러줬을 뿐이라고 진술했으나 본인이 지도한 곽윤기의 메달 획득을 위해 선발전 당시 협의사항을 근거로 해당 선수들에게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선발전 당시 협의사항이란 지난해 4월 대표선발전 당시 일부 코치와 선수들이 "이번에 1등 하는 대신 다음에는 양보하라"는 식으로 미리 짜고 경기를 펼친 것으로, 전재목 코치와 이정수, 김성일이 감사 과정에서 인정한 내용이다. 그간 쇼트트랙에서 벌어진 나눠 먹기, 즉 승부 조작 사실을 털어놓은 셈이다.
체육회는 작년 대표선발전 승부 조작 여부 규명을 연맹에 촉구하는 한편 세계선수권 불참 강압 여부의 경우 조사가 어려우면 1개월 내 연맹 명의의 형사 고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통보했다.
연맹은 "곧 있을 대표선발전(23, 24일) 이후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했지만, 안기원씨는 8일 전화통화에서 "연맹 위 선에서 코칭스태프를 입맛대로 뽑는다. 코칭스태프는 1년 계약이면 끝난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문제가 단순히 코칭스태프 징계 차원으로 마무리된다면 감사원에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수는 2010~11시즌 대표선발전에 대비해 오전에는 화성 동탄, 오후에는 성남 분당에서 안현수와 함께 훈련하고 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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