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라크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한 동영상을 공개(본보 7일자 15면 보도)해 파문을 일으킨 '위키리크스(Wikileaks)'는 탐사저널리즘의 모범일까, 아니면 극비정보를 누설하는 골칫거리에 불과할까. 영국의 BBC는 7일 2006년 개설된 이후 위키리크스가 공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이 독특한 '폭로 저널리즘'의 정체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위키리크스는 스위스 인터넷서비스업체에 호스트를 두고 있으며 실질적 운영은 '선샤인 프레스'라는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또 호주 저널리스트인 줄리안 어센지가 대표라는 사실 외엔 대부분의 실체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익명의 제보를 받아 비리를 고발하는 사이트로 출발한 위키리크스는 수많은 사회운동가, 언론인, 과학자들이 모금한 기금으로 비밀스럽게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키리크스가 독점 공개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의 이메일 내용 ▦미 관타나모 수감시설 제한구역 정보 ▦영국 극우파 소수정당(BNP) 인사들의 개인정보 등이 있다. 모두 기존 언론이 접근할 수 없는 고급정보들이었다. 심지어 위키리크스는 미 정보기관들이 '미군에 위협이 되는 사이트'로 자신들을 규정한 서류를 찾아내 미 당국으로부터 "이 같은 서류가 실제 존재한다"는 시인을 받아냈을 정도다.
어센지 대표는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참여해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지는'위키피디아'에서 착안한 위키리크스는 익명의 제보에 의존하지만 자체적인 검증시스템을 통과한 소식만을 사이트에 올린다"며 "이미 공개된 내용, 단순한 루머는 다루지 않는다"고 BBC에 밝혔다.
BBC는 위키리크스의 활동을 철저한 탐사에 기초한 저널리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지만, 창설 이후 수백 건의 소송에 휘말릴 정도로 법적 논란이 끊이지 않는 만큼 부정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BBC는 "미 정부는 공개될 경우 정보기관의 활동에 큰 차질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새 나간다고 판단해 이를 위험한 사이트로 지정했다"고 전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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