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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11> 박우희 세종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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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자율화, 대학 선진화 2년을 말한다] <11> 박우희 세종대 총장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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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울 지역 사립대 중 세종대 만큼 '그늘'이 많았던 학교도 드물 것이다. 재학생이 1만 여명에 육박하는 적지 않은 규모의 대학이지만, '분쟁 사학'오명을 뒤집어쓰고 수년 동안 정체를 거듭한 탓이다.

설립자 가족 간의 갈등과 교수 사회의 분열 등이 임시이사 파견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고, 최근 정이사 체제 전환에 성공하기 전 까지 5년 여 동안 세종대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잃어버린 5년' 이었던 셈이다. 박우희 세종대 총장은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정이사 체제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부터 학교 발전 방안 마련에 착수해 현재 완성 단계에 와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모든 교수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세종대 완전 정상화'를 공언한 것도 이런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경제학계의 거목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색깔이 분명한 강소 대학을 구축하고, 글로벌 100대 명문 사학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과제를 밝혔다.

­_최근 제2의 도약을 선언했습니다.

"세종대의 발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학내 문제가 깔끔하게 마무리 됐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설립자 간의 분쟁은 정이사 체제로의 정상화로 종결됐다고 보면 됩니다. 분열 양상을 보였던 교수들도 설득에 나서 학교 발전에 힘을 모으기로 했어요. 100%는 아니더라도 99%의 교수들은 정상화를 향한 배에 몸을 실었다고 판단합니다."

_교수와 학생들에게 공개한 학교 발전방안은 어떤 내용인가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특성화, 세계화, 정보화, 능률화 등 4대 발전 전략을 확고하게 자리잡게 하는 것이지요. 특성화와 세계화는 인문사회, 이공계, 예체능 계열 등 전 학문 분야에서 가능할 겁니다. 보다 세분화 해 육성할 계획이지요. 예를들어 세계적 수준, 국내 경쟁우위 분야, 학내 경쟁 우위 분야 등으로 나눠 역량을 집중한다는 얘깁니다. 이 과정에서 공개, 경쟁, 평가, 성과별 처우 등 4가지 원칙을 반드시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어요."

박 총장은 평가의 성과별 처우에 특히 애착을 가진 듯 했다. 교수들의 연구 및 강의 업적 등을 꼼꼼히 따져 보수를 차등 적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그는 "성과별 처우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하되 철저히 시행하겠다"고 못박았다.

_특성화의 과정과 완성이 중요하다고 보이는데요.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가 특성화의 집중 대상이 되겠지요. 해당 분야의 세계 최고의 석학을 초빙해 공동 연구를 할 것이고, 우리 대학 교수들도 유수의 대학이나 연구소에 파견돼 강의가 가능한 구조가 될 겁니다. 학생 교류를 통해 공동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길도 마련할 작정입니다."

_세종대가 갖고 있는 최고 수준의 학문분야는 어떤것인가요.

"호텔관광경영 분야가 일단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해요. 다른 대학보다 월등히 비교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특성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곧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설 겁니다. 에너지공학 분야도 월등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봐요. 지난해 정부로부터 에너지자원개발특성화대학원 사업에 선정돼 100억여 원의 지원을 받았어요. 연구가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겁니다."

_세계화에 바짝 다가간 분야는 없나요.

"글로벌경영 분야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이미 2000년부터 미국 시라큐스대와 글로벌 경영학석사(MBA) 프로그램를 공동 운영하고 있어요. 강의의 절반은 시라큐스대 교수들이 맡고 있지요. 2007년엔 미국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가 세계적 수준의 경영 교육을 하는 대학에 주는 인증을 획득했어요. 미국 코넬대 등 해외 유명대학과 상호 교류협정을 맺었거나 곧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기 때문에 세계화도 순조로울 겁니다."

세종대의 세계화는 해외 명문대에 쏠린 측면이 강하다. 미국 코넬대, 시라큐스대, 윈체스터대, 중국 상하이대 등 세계 14개 나라 63개 명문 대학 및 기관과 학술교류 협정을 맺고 있다. 이들 대학과 매년 실시하고 있는 여름특별과정, 교비어학연수 등은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_학교발전방안 중에 세종창조학 분야가 들어있네요.

"21세기는 창조학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세종창조프로젝트를 발전방안에 집어넣은 겁니다. 신입생 중 창의적인 능력과 진취성을 갖춘 인재를 따로 선발해 '집현전 학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합니다. 인문사회 계열, 이공계열, 예체?瓦??포함한 모든 전공 영역에서 최우수 인재를 발굴해 4년간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고, 석학들과 연계해 특별 교육을 받도록 할 구상이지요."

_집현전 학사엔 몇 명이나 들어가나요.

"집현전 학사는 일종의 '창조학당' 입니다. 최정예 소수만 선발할 예정입니다. 2012년부터 뽑을 계획인데, 일단 5~6명으로 출발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 매년 선발 인원을 조금씩 늘릴 겁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일본의 마쓰시다(松下) 정경숙(政經塾) 같은 형태라고나 할까요."(마쓰시다 정경숙은 일본 마쓰시다 전기 창업자인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정치인과 경영인 양성을 위해 20대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1980년 설립한 교육기관이다)

그는 창조적 인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 보였다. 집현적 학사 운영 외에도 세종학을 정립시킬 구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언어, 문학, 경영, 과학기술, 예술, 군사 등의 학제간 연구로 세종의 정치, 경제, 문화적 업적을 조명하고 현재적 의미도 함께 구명하겠다는 복안이다. 박 총장은 "세종의 창조적 리더십을 모델로 한 한국형 리더십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창조교육을 위한 이론정립 및 실천적 교육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_재정이 뒷받침 안 되면 발전방안 추진이 쉽지 않을 텐데요.

"재정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어요. 재단이 갖고 있는 부동산을 개발하면 학교 발전에 필요한 재원들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봐요. 경기 광주시 곤지암과 성남시에 있는 땅을 곧 개발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재원을 확보한 뒤 캠퍼스 인프라 확충과 대학 발전에 사용할 겁니다. 현 캠퍼스엔 지하 6층, 지상 15층 규모의 복합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예요. 지하캠퍼스엔 다양한 수익ㆍ편익시설이 들어섭니다. 인근 어린이대공원과도 구름다리로 연결하는 방안을 갖고 있어요. 장기적으로는 어린이대공원과 연계해 캠퍼스 일대를 테마파크화 하는 게 어떨 지도 고심하고 있어요."

박 총장은 임시이사 체제가 길어졌지만 재정 부분의 걸림돌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탄 준비는 끝났다"고도 했다. 현 캠퍼스 일부 건물을 헐고 운동장까지 포함한 3만여㎡평의 부지에 지하캠퍼스를 갖춘 새 건물을 만들면 곤지암 및 성남 부지 개발에 이어 또 다른 '재정 금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_입학사정관제를 2011학년도 입시부터 실시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요.

"입학사정관제는 신중하게 시행해야 맞다고 판단했어요. 미국도 입학사정관제를 한지 80년이 훨씬 넘었지만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부분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창조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세종대 신입생 전형의 목적인 만큼 2011학년도부터 입학사정관제를 하기로 했어요."

-소위 '스펙'은 어느 정도 반영할 예정인가요.

"스펙 준비만 열심히 한 학생은 입학사정관제에 어울리지 않아요. 대학에 입학했을 때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지를 알 수 있는 잠재력을 집중적으로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둘 생각이예요."

서울대 사회과학대 학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대학이 원하는 학생을 간파하는 데 자신이 있어 보였다. 입학사정관제 '팁'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교육에 의존하기 보다는 학교 생활을 충실히 해야 할 겁니다. 학생부를 보면 많은 부분을 판단할 수 있어요. 유명 인사의 추천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대신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봤던 교사 추천서는 많은 참고가 될 겁니다. 수동적인 공부보다는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과정의 하나로 자기주도적으로 목적의식을 갖고 공부했는지 여부도 입학사정관들의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겠지요." 그러면서 박 총장은 "책상에만 붙어있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즐긴 인재들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_학교가 정상화 된 만큼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지 않나요.

"단계적으로 추진할 겁니다. 유사학과는 이미 합친 경우도 있고, 곧 인문사회계열을 중심으로 일부 학과의 구조조정도 예정돼 있어요. 교수들의 강의평가는 전면 공개할 생각이에요. 단 한 명도 예외가 없도록 강의평가 공개를 의무화 합니다. '학과별 등급제'도 실시할 계획입니다. 결과에 따라 차등 지원이 이뤄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대학은 경쟁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혁신 마인드가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국면에 처했다고 봐요."

세종대 총장실 문은 지난 5년 여 동안 굳게 닫혀있었다. 그 사이 교수와 직원, 학생들의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다. 생산적인 소통은 실종됐었다. 그랬던 총장실 문이 지금은 활짝 열려 있다. 박 총장은 총장실 문을 항상 열어놓고 있다. 찾아오는 교수와 학생들과 서 너 시간의 대화는 보통이다. 그는 "학교의 정상화는 발전으로 나타나야만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사진=조영호 기자 voldo@hk.co.kr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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