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1,200톤급) 침몰 사고 11일째인 5일 오후1시40분께 백령도 서남방 약 3km 해상. 수심 45m 아래에 가라앉아 있는 함미(艦尾) 인근 해역에서 민간 인양업체 직원들이 천안함 선체 인양 작업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곧 소나기라도 퍼부을 듯 하늘은 잔뜩 찌푸렸지만 조수 간만의 차가 적어지는 조금 때를 맞아 물살은 비교적 잔잔했다.
바다 위에는 함미를 끌어올릴 해상크레인 '삼아2200호'가 높이70m, 길이 85m, 너비12m 규모의 육중한 몸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4개의 닻으로 고정된 삼아2200호의 거대한 붐대 2개에 연결돼 있는 수십 개의 대형 쇠줄은 금방이라도 물 밖으로 함미를 들어올릴 기세였다.
대형 크레인 옆으로는 120톤급 작업용 크레인이 함미 선체간 로프 연결을 시도 중이었다. 해군 관계자는 "로프는 잠수부들이 선체 아래와 해저 지형을 탐색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함미와 크레인이 연결되도록 직경 90mm의 체인을 감는 작업을 맡은 민간 인양업체 바지선 '유성호'도 인양 작업을 위해 대기 중이었다. 바지선 주변으로는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실종자나 부유물을 찾기 위해 쉴새 없이 거친 물살을 헤치고 다녔다.
본격적인 선체 인양에 앞서 침몰 선박 상태와 해저 지형 조사를 위해 이날 민간 잠수부 20여 명은 두 명씩 한 조가 돼 물살이 느려지는 정조(停潮) 때에 맞춰 2시간 가량 수중 작업을 실시했다.
이들은 함미 절단면 위치를 표시하는 부표 1개를 추가 설치했고 체인을 연결할 함미 부분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미 쪽 인양작업을 맡은 민간인양업체인 88수중개발 관계자는 "잠수사들이 다섯번째 물속에 들어갔으나 시야가 흐려 (배 모양 위치 등에 대한)사진을 못 찍고 육안으로만 확인한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수중탐색 작업은 오후 들어 백령도에 비가 내리면서 오후 4시께부터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정조시간대인 오후5시30분부터 오후9시 사이 활발히 진행됐다. 군 관계자는 "함미, 함수쪽에서 각각 민간 잠수부 4, 5개조가 쇠줄을 묶을 위치와 선체 무게 중심을 찾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군은 조금 현상이 이어지는 이번 주가 인양 작업의 최적기라 보고 최대한 작업 속도를 올릴 방침이다. 이르면 이달 중순까지 선체 인양 작업을 완료한다는 구상이지만 기상 여건이 차차 나빠질 것으로 예상돼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찬 대륙고기압의 확장으로 6일 오후부터 바람이 초속 9~13m로 거세지고 파도도 2~3m로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안함 내 무기 등 인양 과정에 여러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는 상태이다.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함정에 있을지 유실됐을지 모르지만 각종 무기들을 하나하나 찾아 안전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연료탱크에서 기름이 새는 문제인데 최대한 안전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처장은 인양 작업 완료 시기에 대해서는 "가변요소가 많아 단정적으로 몇 일이라 말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선체 인양작업과는 별도로 침몰 해역 주변과 인근 해변가를 중심으로 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건 해역 1마일 내 해상에서 해군 특수전여단(UDT)과 해난구조대(SSU) 대원들은 이날 집중 수색작업을 펼쳤다. 수색 작업에는 작전용 고무보트(IBS) 16척을 포함해 경비함 3척, 고속정 4척이 동원됐다. 해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방탄복과 구명의, 이불 등 32종 총 105점의 부유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김현우 기자
백령도=이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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