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ㆍ저소득 계층에 적용되는 금리 상한선을 낮추고 이들에 대한 저금리 대출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7일 발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취지는 좋지만 비현실적 방안이 다수 포함돼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시행착오가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위 신용등급 퇴출 우려
먼저 상한 금리의 인위적 인하에 따른 부작용. 정부는 조만간 대부업법상 금리상한을 현행 연 49%에서 44%로 5%포인트 낮추고, 1년 안에 또다시 39%까지 낮출 방침이다. 하지만 이 경우 대부업체들이 돈을 떼일 위험이 높은 신용등급 7~10등급에게는 대출 자체를 꺼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금리 상황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빌려줬으나, 금리 인하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데 굳이 저 신용자에게 대출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금융협회는 7일 정부 대책 발표 직후, "상한금리 강제 인하는 대부업 영업환경을 악화시키고 서민대출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동안 대부업체로부터 생계형 급전을 융통하던 820만명의 7~10등급 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또 평균 연 14%의 조달금리와 15%에 달하는 대손충당률 등을 고려할 때 현행 49% 상한선은 합법 영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리라고 덧붙였다.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린다. 금융연구원 정찬우 연구원은 "정부 대책은 너무 커버린 대부업계 견제를 위한 것"이라며 "상한선을 맞추는 업체만 살리고 나머지는 사법당국의 영역에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임원은 "시장경제에서 가격상한을 두면 지하경제를 양산하게 되고 일부 서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자율 경쟁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업계 스스로 금리를 낮출 수 있게 유도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보증부 대출, 자칫 6등급에만 쏠릴 수도
정부와 제2금융권이 보증재원을 갹출해 연 10% 금리로 6등급 이하 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하겠다는 '보증부 대출'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보증부 대출을 대폭(200만명 추산) 늘려 대부업 수요를 잠재우겠다는 복안이지만, 이미 정부가 시행중인 각종 서민대출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해 이번에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시작한 서민대상 저금리 사업자금 대출인 미소금융은 3개월 간 581명에게 총 41억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체 상담자(1만9,041명)의 3%, 대출요건을 갖춘 사람(6,086명)의 9.5%에 불과하다. 지금 추세라면 10년간 25만가구를 지원하겠다는 목표의 10분의1도 채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3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의 채무조정을 돕는 사전채무조정(프리워크아웃) 제도도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7,171명(전체 상담자의 22.6%)에게만 적용돼 당초 목표(10만명)를 무색케 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정 연구원은 "신용등급별로 대출규모를 분배하지 않을 경우, 자칫 금융사들이 연체율이 낮은 6등급자에게만 대출을 몰아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보증업무를 맡는 지역신용보증재단에 대출 업무가 갑자기 몰리면 대출 대기기간이 예상 외로 길어질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밖에도 여전히 미비한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의 신용정보 시스템이 대출심사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과 가뜩이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저축은행 업계가 강제 보증재원 출연에 따른 부담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점도 문제다.
한양대 하준경 교수는 "서민의 대출조건을 향상시키는 노력 못지 않게 사업 컨설팅 등을 통해 대출금을 잘 갚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는 지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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