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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항공사, 이젠 국제선 점령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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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 항공사, 이젠 국제선 점령 나선다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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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인 김모(41)씨는 몇 년만에 가족과 함께 제주여행을 떠나기 위해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화들짝 놀랐다. 평소 익숙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이외에도 각종 저가항공사 부스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기 때문. 김씨는 “저가항공사로 제주여행을 가는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랐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선 노선은 모두 저가항공사가 장악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혀를 내둘렀다.

# 최근 일본 나고야 직항편을 개시한 제주항공 모 임원은 나고야인근 주부공항 현지 직원들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그는 “주부공항은 일본 네번째 도시인 나고야의 유일한 국제공항이지만 일본 국적기마저 국제선노선을 운영하지 않아 개점휴업상태였다”며 “한국의 항공사가 들어오면서 관광활성화 등으로 지역경제도 살아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출범 5년째를 맞이한 저가항공사들의 기세가 무섭다. 국내선 수송 점유율을 가파르게 높여가는 것은 물론 해외 노선에도 잇따라 취항하면서 대형 항공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저가항공사들의 놀랄 만한 약진은 국내선 수송 점유율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올해 1~3월 국내선 승객 452만3,468명 중 154만7,039명이 에어부산과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 등 4개 저가항공사를 이용했다. 비율로 따지면 34.2%에 달한다. 9.7%에 불과했던 2008년에 비해 3.5배가 넘게 뛴 것이다.

특히 수요가 가장 많은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2명 중 1명 꼴로 저가항공사를 이용하고 있다. 2007년 9.9%에 불과했던 저가항공사 이용객은 2008년 16.8%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 2분기에 30%대에 진입하더니 급기야 올해 1분기에는 46.6%까지 치고 올라갔다.

업계에선 이 같은 고속 성장의 비결로 적극적인 마케팅과 이용객들의 입소문을 꼽는다. 가격은 대형 항공사의 80% 수준이면서 서비스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 점도 큰 무기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특히 취항 초기에 제기됐던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있어 이용객들의 입소문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신규 노선은 물론 대형 항공사가 독점해온 노선에까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대형 항공사 대비 30%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다 스페셜비즈석 제공 등 파격적인 마케팅까지 펼치면서 올 여름 해외 인기 여행지 노선도 저가항공사들이 상당 부분 장악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움직임이 가장 활발한 곳은 제주항공이다. 지난달 29일 5번째 정기 국제선인 김포~나고야 노선을 매일 1회 왕복운항하기 시작했다. 또 주 4회 운항중인 인천~방콕 노선을 7회로 늘렸다. 1일부터는 청주에서 태국 푸켓으로 향하는 전세기를 띄운 데 이어 지방 승객들을 위해 부산과 청주에서 동남아로 향하는 부정기편 운항도 적극 검토중이다.

진에어는 오는 20일부터 인천~괌 노선을 주7회 운항한다. 인천~방콕 노선에 이은 두번째 국제선으로 아시아 저가항공사 중 괌 노선 운항 허가를 취득한 것은 처음이다.

부산에 기반을 둔 에어부산은 지난달 29일 부산~후쿠오카 국제선에 취항했고, 오는 26일에는 부산~오사카 노선에도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다.

현재 부정기편으로 국제선을 운영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진에어와 함께 하반기에 뚫릴 것으로 보이는 김포~베이징 노선에 욕심을 내고 있다.

하지만 저가항공사들에게도 고민이 적지 않다. 바로 경영악화 문제다. 지난해 저가항공사 4곳 모두 전년도에 비해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하나같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파격적인 마케팅에 의존하다 보니 출혈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여기에 대형 항공사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한 저가항공사 관계자는 “출혈경쟁과 대형 항공사들의 압력에 따른 타격으로 이미 한성항공과 영남에어는 운항을 중단한 상태”라며 “외형을 키우는 데 급급하기 보다 새로운 경영모델을 발굴해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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