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일 미 워싱턴에서 1차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린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주창한 ‘핵 없는 세상’을 국제사회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열리는 첫 다자간 국제회의다.
분위기는 성숙돼 있다. 미국은 6일 발표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핵무기 사용을 대폭 제한하는 새로운 핵정책을 발표함으로써 핵안보에 대한 미국의 달라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8일에는 프라하에서 러시아와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 협정 조인식을 갖는다. 이는 국제사회에 핵 통제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할 수 있는 명분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룰라 브라질 대통령이 막판까지 회의 참석을 고민한 것에서 여타 국가가 느끼는 압박감을 짐작할 수 있다.
회의 참가국에는 ‘핵’과 관련된 세계 주요국이 망라돼 있다.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핵클럽’ 5개국과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을 포함해 47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명박 대통령도 참석한다. 유엔, 국제원자력기구(IAEA), 유럽연합(EU)도 국제기구를 대표해 머리를 맞댄다. 참가국은 핵물질 보유량, 원전 운영 능력, 지역배분을 고려해 미국이 선정했다.
의제는 ‘핵물질이 통제체제 밖에 있는 비핵보유국이나 테러단체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이다. 정상들 간 개별 회담에서 북한ㆍ이란 핵문제 등 개별 사안이 논의될 수 있으나 초점은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 보다 구체적으로는 핵 테러로부터의 안전을 모색한다는 데 모아진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담 차관보는 “핵물질과 관련 정보 등이 국가 또는 비국가 행위자에게 흘러가는 것을 방안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에는 핵폭탄 10만개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이 통제체제 밖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4년 내 안전하게 수거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회의에서는 핵물질이 테러리스트 손에 유출되지 않도록 국제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핵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핵확산방지조약(NPT)의 네번째 축을 새로 설정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NPT는 핵클럽 국가에게는 핵군축을, 비핵보유국에게는 비확산의 의무를 지운다. 여기에 국제규약을 준수한다는 전제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핵 위협이 국가가 아닌 비정형화한 테러단체에게서 노골적으로 제기되는 등 달라진 핵지형에 새롭게 대처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런 점에서 다음달 3일 뉴욕에서 열리는 8차 NPT 평가회의는 비국가차원의 핵안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외연이 확장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번 정상회의에 대한 한계도 지적된다. 핵물질의 통제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기본적으로 핵물질을 테러를 일으키는 ‘위험요소’로 보는 입장인 반면 신흥경제권이나 상당수 비핵보유국들은 핵물질의 평화적 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회담이 핵물질의 이동에 지나치게 통제를 가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상당한 반발도 배제할 수 없다. ‘정상성명’과 행동계획을 담은 ‘작업계획’이 회의를 통해 채택될 예정이나 얼마나 구속력 있는 결과물이 도출될 지는 미지수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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