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은 경쟁의 열기로 뜨거웠다. 4명을 뽑는 국립창극단의 '춘향2010' 오디션에 4배의 지원자가 몰려 각축했다. '21세기 창극'의 기치를 내건 이 작품은 국악의 미래를 가늠케 할 자리이기도 하다.
춘향을 두 가지 상반되는 성격으로 연기할 두 가객의 경쟁이 우선 눈에 띈다. 이선희는 총체극 '우루왕'으로 바리데기 공주 역을 맡았다. 10년 만에 다시 주인공으로 복귀했다. 춘향의 진지한 면을 부각시킬 그는 그동안 단막극과 마당놀이 등을 통해 보여준 다양한 기량을 응집하겠다는 각오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에서 퓨전 국악의 가능성을 몸소 확인하고 돌아온 이소연은 춘향을 당돌한 모습으로 되살린다. 사또에게 대들거나 몽룡에게 매달리며 감정을 노출하는 등 가식 없는 춘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여기에 창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기량을 확인받고 차세대 명창으로 불리는 이광복이 순수한 모습의 몽룡으로, 지난해 '남산골 허생전'에서 스승 안숙선과 어깨를 겨눴던 박자희가 발랄한 향단으로 나와 무대를 풍성하게 꾸민다.
음악적 시도는 더욱 새롭다. 즉흥에 기대는 판소리 양식을 탈피, 오페라나 뮤지컬처럼 무대의 모든 소리를 관현악화한다. 출연진의 각기 다른 고유 음정을 반주에 적극 반영, 각자에 맞는 높이로 편곡한다는 점은 또 다른 첫 시도다. 농민의 걸쭉한 입담이 백미인 '농부가' 장면에서 12인조 풍물패가 등장해 고유 놀이마당의 흥취를 재현한다는 점 역시 이 무대에 호기심이 끌리게 만드는 이유다. 31인조 국악관현악단에 첼로 등 서양 악기가 추가된다. 김홍승 연출, 작창 안숙선.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5, 6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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