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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票心 "평화의 봄날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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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票心 "평화의 봄날은 언제…"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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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고는 여자가 뭔가에 항의하는 장면이라 여겼다. 저 손짓 언어가 그리 보였다. 순한 얼굴 윤곽과 달리 좀체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여자의 눈빛과 아들인 듯한 아이의 다부진 눈매가, 뭔진 모르지만 어떤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자. 앵글 한 가운데 놓인 손가락은 중지가 아니라 약지다. 그리고 여자의 손도 아니다. AP 사진기자는 저 손의 주인이 여자의 뒤에 서있던 남편이며, 그의 손이 내보인 것은 스탬프 자국이라고 설명해놓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저 손가락 마디들은 여자의 갸름한 얼굴 윤곽과는 어울리지 않을 만큼 두툼하다. 이들 가족은 막 투표를 하고 나오는 참이라고 한다. 8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서 211㎞ 남쪽의 탕갈레 투표소 앞이다.

26년의 내전을 종식시킨 라자팍세 대통령이 지난 2월 자신과 맞붙었던 야당 대선 후보를 투옥시킨 뒤 친정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치르는 총선이다. 정정은 아직 불안하고 선거 기간 중에 빚어진 폭력사태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유권자들의 마음도 어수선할 듯하다.

사진 속 손가락의 주인은 어쩌면 외신 기자의 카메라 렌즈를 향해,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을 향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손톱에 스탬프 잉크를 묻혀 투표를 하는 것도 낯설다.

최윤필 기자 walden@hk.co.kr

사진 탕갈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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