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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 방사선치료 20년 진화, 의학물리가 숨은 검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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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정복" 방사선치료 20년 진화, 의학물리가 숨은 검투사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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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나이프, 감마나이프, 세기변조…. 뭐가 이리 많고 복잡한지. 암 관련 병원들이 최근 앞다퉈 내놓은 첨단 방사선치료법을 보면 환자로선 아리송할 뿐이다. 특정 치료법이 좋다는 소문만 듣고 찾아와 무작정 그 치료를 해달라는 환자도 있다는 게 의사들의 귀띔이다.

방사선치료법은 지난 20여 년간 빠르게 진화했다. 이 흐름을 이끈 '보이지 않는 손'은 바로 의학물리다.

사이버나이프 감마나이프 차이

환자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치료법 중 하나가 사이버나이프와 감마나이프다. 암 덩어리를 방사선으로 파괴한다는 점은 같지만 사용 부위가 다르다. 감마나이프는 뇌나 두경부처럼 머리에 생긴 암을 치료할 때 쓴다. 머리에 특수기구를 쓰면 다량의 방사선이 암 부위로 집중 조사된다.

사이버나이프는 뇌뿐 아니라 폐 간 등 모든 장기에 사용된다. 머릿속의 암이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과 달리 폐나 간에 생긴 암은 장기와 함께 움직인다. 때문에 감마나이프처럼 고정된 장치로 방사선을 쏘면 암 위치가 바뀔 때 주변 정상조직을 손상시키게 된다. 하지만 방사선이 나오는 입구가 로봇 팔처럼 움직이는 사이버나이프는 암 덩어리만 졸졸 따라다니며 파괴할 수 있다.

두 나이프의 또 다른 차이는 방사선 종류. 감마나이프는 동위원소(코발트)가 스스로 붕괴하면서 내는 자연방사선, 사이버나이프는 전자를 가속시켜 나오는 인공방사선(X선)을 이용한다. 치료용 X선의 에너지는 보통 진단용의 1,000배 이상이다.

일반적으로 암 덩어리가 약 3cm 이상이면 두 나이프보다 방사선량이 적은 선형가속기를 쓴다. 암이 클수록 방사선이 정상 조직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사량을 줄여 여러 번에 나눠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방사선+자연방사선=자궁경부암 치료

결국 방사선치료법은 방사선을 원하는 대로 정교하게 다루면서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시키는 쪽으로 진화해왔다. 선형가속기가 업그레이드 된 세기변조방사선치료(IMRT)가 좋은 예다. 기존 선형가속기는 암 부위를 향해 계속 같은 세기의 방사선을 쏘기 때문에 암 근처 정상조직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코나 입, 후두에 생긴 암을 치료할 때 과거엔 볼 양쪽에서 방사선을 조사했다. 치료 후 환자는 침샘 기능이 떨어져 평생 입이 바싹바싹 말랐다.

IMRT는 방사선이 나오는 통로에 두께 5∼10mm짜리 미세한 막대 여러 개를 서로 마주보게 설치했다. 이들 막대를 열었다 닫았다 하며 방사선 세기를 암 덩어리의 모양이나 위치에 맞게 조절한다. 방사선이 침샘을 지나는 동안엔 막대를 조절해 통로를 잠시 차단했다가 암 덩어리에 닿으면 다시 여는 식이다.

인공방사선과 자연방사선을 적절히 혼용하는 근접방사선치료도 등장했다. 자궁경부암은 먼저 5, 6주 동안 선형가속기로 어느 정도 치료한 다음 질 내부에 관을 삽입하고 그 안으로 직접 동위원소(이리듐)를 주입한다. 이리듐의 자연방사선은 인공방사선에 비해 깊이 들어가지 못해 질에 생긴 암만 파괴하고 사라진다. 자궁경부 앞뒤에 있는 방광이나 직장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자연방사선의 단점을 거꾸로 장점으로 활용한 셈이다.

의사가 못 하는 영역, 의학물리

환자들이 첨단 방사선치료법의 혜택을 누리려면 의사나 간호사만으론 부족하다. IMRT에서 미세한 막대들의 움직임을 컴퓨터를 이용해 초 단위로 통제하는 건 의료진이 하기 어렵다. 의학물리학자의 역할이다. 암 덩어리의 움직임을 일일이 정교하게 따라가는 치료 역시 의학물리의 도움이 필요하다.

안승도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장은 "고도의 컴퓨터 테크닉이 필요한 특수 방사선치료가 더 활발해지려면 많은 의학물리학자들이 필요하지만 국내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의학물리학자도 의사처럼 국가가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방사선종양학회는 특수 방사선치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일정 수의 의학물리학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고 있다. 이 학회는 또 22일부터 4일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암엑스포'에 일반인을 위한 방사선치료법 강좌를 연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 장기별 방사선 예민도/ 눈에 스치면 백내장 뇌·뼈는 비교적 강해

모든 장기에 다 방사선 치료가 가능한 건 아니다. 장기마다 방사선에 대한 예민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눈의 수정체는 방사선이 스치기만 해도 백내장이 생긴다. 고환이나 난소에 방사선을 쏘면 자칫 불임이 될 위험이 있다. 콩팥도 방사선에 취약한 편이다. 방사선에 가장 강한 장기는 뇌와 신경계. 근육과 뼈도 비교적 강하다.

방사선은 암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자(DNA)에 타격을 줘 파괴한다. 계속 세포분열이 일어나는 장기는 방사선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신경계나 근골격계처럼 성인이 되면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하지 않는 부위는 방사선에 잘 견딘다.

소장 대장 같은 소화기계통은 방사선 예민도가 생식기나 신경계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다만 치료 후 속이 쓰리거나 메스껍거나 토할 것 같은 불편함이 나타날 수 있다.

위암의 방사선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방사선치료의 가장 큰 목적은 암이 같은 부위에 다시 생기지 않도록 싹을 잘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인데, 위암 방사선치료는 수술의 발달로 동일 부위의 재발은 막을 수 있지만, 신체 내 다른 부위로의 전이까지 대응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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