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5명이 38개의 마스크를 바꿔 쓰며 인간의 희로애락을 연기하는 '반호프'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반호프'는 독일어로 기차역이다.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기다림, 만남, 헤어짐, 사랑의 풍경들이 배우들의 섬세한 마임과 익살스럽고 과장된 마스크로 80분 간 표현된다. 백남영 중앙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기차역을 둘러싸고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사건들을 극화했다. 남루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서민, 소매치기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년과 소녀의 사연 등을 통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넌버벌의 무대에 표정과 언어를 부여하는 것이 종이 마스크다. 마스크를 만든 주인공은 이수은씨. 홍익대 미대 출신으로 독일 보쿰대에서 연극을 공부한 그는 1년이 걸려 이 가면들을 '성격 마스크'라 부른다. 청자토로 본을 뜬 뒤 종이를 여러겹 붙여 말리고 표면을 다듬는 작업을 반복해서 만들었다. 인간의 표정을 세밀하게 분석해서 만든 가면이 극의 전개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실제 사람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는 38개의 가면 덕에 객석은 그때마다 각기 다른 인간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안무를 거친 마임 연기도 볼거리다. 25일까지 중앙대 공연예술원 스튜디오 시어터. (02)762-0810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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