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은 가정의 달이 아닌 영화의 달로 불러도 무방할 듯 하다. 독립영화를 제외한, 국내외 기대작 20여 편이 대거 개봉돼 치열한 흥행 경쟁을 벌인다. 지난해 5월 12편 개봉에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여느 해에 비해 5월 흥행전선이 뜨거워진 가장 큰 이유는 6월에 있을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월드컵에서 비롯됐다. 6월 개봉하는 영화들은 지방선거에 마케팅 기회를 뺏기고, 월드컵엔 관객들의 관심을 빼길 처지에 놓여있는 것. 블록버스터들의 대결전이 펼쳐질 7월 개봉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김성애 데이지엔터테인먼트 마케팅 실장은 "지방선거 때문에 5월말과 6월초는 인터넷과 TV에 광고를 넣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월드컵 기간 개봉은 당연히 서로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석가탄신일이 포함된 5월 21~23일의 3일 연휴와, 어린이날 특수 등도 무시할 수 없다. 최민수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홍보팀 과장은 "커진 5월 시장 규모도 여러 영화의 개봉을 이끌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래저래 영화들이 5월에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화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전도연 이정재 주연의 '하녀'와 러셀 크로 주연의 '로빈 후드'가 13일 맞대결을 펼친다. 이창동 감독의 '시'는 13일과 20일 개봉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하녀'와 '시'는 5월 칸국제영화제 진출이 점쳐지는 작품들이며, '로빈 후드'는 칸영화제 개막작이다. 뜨거운 '칸마케팅' 경쟁까지 예상된다. '시'의 홍보마케팅사 언니네홍보사의 임희원 부장은 "갈수록 일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치열한 적이 없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주혁 주연의 '방자전'도 5월 관객과 만나려 하고 있다. 공포영화의 고전 '나이트메어'는 '엘름가의 악몽'이라는 부제로 새롭게 시리즈를 이어가려 한다. 멜 깁슨 주연의 스릴러 '엣지 오브 다크니스'도 5월 개봉할 예정이다. 애니메이션 대작들도 잇따라 계절의 여왕을 겨냥한다. 3D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가 20일 극장을 찾고, 픽사의 명작 '토이스토리' 1,2편은 3D로 새 옷을 입고 5일 재개봉한다.
골라보는 재미에 관객들은 함박 웃음을 짓겠지만 영화사들에겐 잔인한 5월이다. 한국 시장 환경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할리우드 직배사들조차 좌고우면하고 있다. 영화 홍보마케팅사 무비앤아이의 강혁출 실장은 "5월에 영화들이 몰리다 보니 영화사들마다 개봉일정을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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