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패와 공공요금 폭등 등에 따른 민심이반으로 반정부 유혈 시위가 번진 중앙아시아 빈국 키르기스스탄에서 7일(현지시간) 시위를 주도한 야당이 정권을 장악, 과도정부를 구성했다.
AP, AF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비슈케크에서 3,000~5,000명에 이르는 시위대가 바키예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방송사, 보안부 등을 점거했으며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 최소 74명이 사망하고 5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쿠르만벡 바키예프 대통령은 이날 소형 비행기로 남부도시 오쉬로 도피했다고 전해졌다. 바키예프 대통령측은 언론에 보낸 자료에서 "나는 키르기스 남부지방에 있다"며 사임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야당 아크 숨카르당 등 정부기관을 접수한 반정부 세력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다니야르 우제노프 총리가 사임했다며 새로운 과도정부 수반으로 로자 오툰바예바 전 외무장관을 추대했다고 밝혔다. 오툰바예바는 8일 "앞으로 6개월간 임무를 수행할 것이며 이 기간에 헌법을 제정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대통령)선거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힌 뒤, "도피해 저항세력을 결성해 재집권을 노리는 바키예프 대통령은 이를 중단하고 공식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구 소련의 일원이었던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급기지 역할을 맡고 있고, 중국과도 국경을 맞대고 있어, 3대 열강 모두 정국향방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와중에 오툰바예바 임시수반이 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전화통화를 갖고 경제지원을 요청했으며, 이에 푸틴이 "인도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급격한 공공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이번 시위가 정권 전복으로 이어진 것은 2005년 '튤립혁명'으로 권력을 잡은 바키예프 정권의 부패가 극에 달한데다 최근 경제위기로 생활난이 극심해져 국민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한편 현지 주재 한국대사관은 전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동포 800여명에게 신변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는 동시에 유사시 소개대책을 마련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외교통상부도 8일 키르기스스탄 전역을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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