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롯데캐슬카이저 매몰사고는 '인재'?

건설노조, 부실시공 의혹 제기… 대형 공사장 안전 강화해야

지난 5일 7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북구 화명동 롯데캐슬카이저(14층 48개동 5,239세대) 신축 공사장 매몰사고의 원인이 부실시공과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와 봄철 대형 공사현장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경찰과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롯데캐슬카이저 매몰사고는 지하 수영장의 거푸집이 콘크리트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날 사고에 대해 건설노조 부산경남울산지부는 시공사인 롯데건설 측이 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의 경우 고층 아파트 전체 무게를 지탱해야 하는 기초 내력구조인데도 거푸집 안전규격 및 강도 등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공기 단축을 위해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장 주위의 미흡한 안전시설은 시공사의 안전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고원인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촉구했다.

건설전문가들도 “거푸집 안전을 소홀히 할 경우 타설 콘크리트의 강도가 떨어지고 변형 등이 발생해 전체 구조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어 경찰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콘크리트 타설작업 안전수칙’에 따르면 작업 전 거푸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는 기둥의 변형과 지반 침하 여부를 점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보수작업과 함께 타설 순서와 속도를 준수토록 규정돼 있다.

심각한 것은 이 같은 대형 공사현장의 안전불감증이 도처에 팽배해 있어 봄철 유사사고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은 모두 8만9,100명으로 이 중 건설현장 피해자가 2만267명(22%)에 달하고, 사망자 1,401명 가운데 40%(559명)가 건설현장에서 나왔다. 건설현장의 사고 위험도가 얼마나 높은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롯데캐슬카이저 매몰사고의 원인이 부실공사 내지 안전관리 소홀 등 ‘인재’로 판명될 경우 관계자 처벌 강화 및 법규의 총체적 점검이 요구된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와 근무자의 안전관리와 관련 ‘위험 발생이 예상되는 장소에는 필요한 방지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있을 뿐 위반 시 명확한 처벌 규정은 없다.

또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사망사고의 경우 책임자에 대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으나 실제 징역형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벌금형으로 마무리돼 안전관리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다르다. 독일이나 호주의 경우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사업주 과실로 판명될 경우 기업에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중국도 사고 직접 책임자와 기타 책임자에 대해 최대 1년 소득의 60~100%의 벌금을 매기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사망 등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철저한 관리감독뿐 아니라 사고발생 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부산시는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형 공사장 등 시내 전역의 재난 취약시설 등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에 나섰다.

시는 최근 16개 구ㆍ군 도시국장, 사업소와 공단 시설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재난 취약시설 안전사고 예방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기관별로 안전관리전담 T/F팀을 구성해 686개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고, 건설공사장에 대해서는 주변 지반 침하 및 균열 점검, 굴착 공사장 계측관리 등 14개 항목을 점검토록 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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