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대남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다. '금강산 관광지구내 남측 당국이 소유한 부동산을 동결하겠다'는 8일 북한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성명은 북측이 그 동안 일관되게 언급해 온 '특단의 조치'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북측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이미 천명한대로 부동산에 대한 조사에 이어 다음의 행동조치로 들어간다는 것을 엄숙히 선포한다"며 단계적 절차에 따라 이뤄진 조치임을 강조했다. 북측은 지난 달 4일 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담화에서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계약파기, 부동산 동결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북측이 자산 동결의 대상으로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와 문화회관, 온천장, 면세점만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산가족면회소는 정부가 550억원을 들여 지은 건물이고, 문화회관 등은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가 운영 책임을 맡고 있다. 북측이 지난달 25~31일 진행한 부동산 조사가 37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다분히 남측 당국을 겨냥한 '경고' 메시지의 성격이 짙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우리 정부의 태도 변화를 다시 한 번 촉구하려는 속내로 읽혀진다. 부동산 동결과 함께 언급한 ▦관리 인원 추방 ▦부동산 조사에 응하지 않은 3개 업체(현대증권, 이든상사, 평안섬유공업주식회사) 사업권 박탈 ▦신규 사업자에 의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의 조치들도 이미 경고한 내용들과 유사하다. 압박 강도는 세졌을지 몰라도 실질적인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문제는 다음 수순이다. 우리 정부는 신변안전 보장 등 3대 선결조건이 해결되기 전에는 관광을 재개할 수 없다는 대응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성명에 대해서도 "이번 조치에 따른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밝혀 기존 입장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남북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강대 강'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이어서 조만간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천안함 침몰사고의 사고 원인도 중요 변수다. 북측의 연루 사실이 확인될 경우 대북 여론이 급속히 악화할 게 뻔하다. 사안의 폭발력을 감안한다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넘어 남북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이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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