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5일 "법관은 공권력을 등에 업고 공명정대한 재판을 하도록 한 국가공직자이므로 자유롭게 사색하면서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교수와는 다른 존재"라며 "독특한 소신을 재판에 적용하면 '현대판 원님재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소장은 이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초청으로 근대법학교육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최근 일련의 판결 때문에 사회적으로 시끄럽고 사법개혁론을 유발하기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소장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법관의 양심이란 직업적 양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편향성을 갖고 재판한다면 재판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법적 실험'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리 배포한 자료에서 '로또 뽑기'와 '재수보기' 재판이란 표현도 했으나 강연에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 소장은 그러나 "튀는 판결도 이론적 깊이와 설득력을 가진다면 법률문화에 기여할 수 있다"며 '튀는 판결'을 모두 '불량한' 판결로 보는 시각에는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이 소장은 헌재와 대법원 통합 논의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1987년 이전의 권위주의 시대로 회귀하자는 논리"라며 "세계적 흐름을 봐도 헌재와 대법원이 분리된 비통합형 국가가 더 많고 그래야 국민의 자유와 권리 신장에 실효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온전한 삼권분립의 실현과 사법서비스 강화를 위해 헌재와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던 내용을 반박한 것이다.
이 소장은 대법관 수 증원과 상고심사제 등 대법원 개혁에 대해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 갈 것인지, 1ㆍ2심에 이은 세 번째 법원으로 갈 것인지 공론화를 거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도 "시기가 미묘해 여기까지만 말씀 드리겠다"고 즉답은 피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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