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놓은 일반계 고교 교육력 제고 방안은 지난해 외국어고 문제 대책으로 발표됐던 고교체제 개편 방안의 후속 조치로 볼 수있다. 외고와 자율고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일반고도 우수 학생들에겐 능력에 따라 높은 수준의 수업을 실시해 '수월성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교원단체들도 학생들의 능력과 흥미 적성 등이 고려된 수월성 교육에 대해 "공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부의 심화 및 기초과정 도입 방안의 경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기초 및 심화과정 대상 학생 선별과 평가 방식이 모호하다는 점이 벌써부터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학력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과정의 경우 스스로 '공부 못한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수강률 저조 현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기초과정 수강 여부가 대입 전형에 이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수강 선택을 기대하기란 무리라는 것이다.
심화과정 수강도 허점 투성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력을 갖춰야 수강이 가능한데, 이 경우 사교육을 유발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엄민용 전국교직원노조 대변인은 "사실상 우수반에 들어 가기 위한 사교육이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기초 과정 이수 학생은 성적 저조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학업상담교사가 진단평가 점수나 각종 학습활동, 교과성적 등을 토대로 심화 및 기초 과정 수강 학생을 선별하도록 했으나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심화과정 수강 여부가 대입시에 적용될 경우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특히 하반기부터 시범운영되는 학교가 60곳에 불과해 심화과정 수강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학생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교과부는 자율형 공ㆍ사립고, 교과교실제 학교, 기숙형 고교를 중심으로 시범학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어서 학습여건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심화과정 이수자 가산점 부여 여부도 자율에 맡길 것으로 알려져 비이수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시범 운영을 거쳐 2013년에는 모든 고교로 확대 시행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설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시행까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운영 매뉴얼, 교육과정 등을 개발한다는 것은 졸속 추진을 예고하는 부분"이라며 "교원 필요 인력 확보에 대한 정교한 계획을 먼저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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