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선고 공판 하루 전에 한 전 총리에 또 다른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변호인과 야당은 이번 검찰의 수사를 놓고 별건(別件)수사란 입장이다. 별건수사란 범죄 피의자의 주된 혐의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이 이와 무관한 다른 혐의로 수사를 계속 확대하는 것을 말한다.'털어서 먼지 날 때까지' 수사를 해 피의자의 '항복'을 받아내는 방식이라 구시대적 수사 행태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준규 검찰총장도 취임 직후 발표한 '새 수사 패러다임'의 핵심으로 별건수사 금지를 포함시켰다.
검찰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달러를 받은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했고 2일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제 9일 선고를 하루 앞둔 시점에 검찰이 H사와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해당 업체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은 이날 새롭게 제기된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9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돌발변수로 작용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검찰은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의 제보로 수사가 시작됐고, 부담은 있지만 안 할 수는 없어 압수수색을 한 것"이라며 "한 전 총리가 야당의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라는 점에서 최대한 서둘러 수사를 끝낼 것"이라며 수사 배경을 설명했다.
김주현 3차장 검사는 별건수사 지적에 대해 "기소 이후에 신건(新件) 수사 과정에서 다른 신고가 들어와서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는 수사기관의 의무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의자의 주된 혐의가 잘 드러나지 않을 때 일단 다른 사건으로 구속한 뒤 수사를 이어가는 이른바 별건 구속, 별건 수사와는 무관한 새로운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9일 열리는 선고공판에서 돌발변수로 작용할까. 넓은 범위에서는 두 혐의 모두 고위 공직자의 부패범죄라는 울타리에 속하며, 한 전 총리의 재직 시 비리 의혹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보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는 범죄의 성격이 다르고, 적용 법규도 각각 형법 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과 정치자금법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는 의견이 있다.이날 불거진 새로운 의혹이 뇌물수수 사건의 선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도 기존 재판의 변론재개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검찰의 새 수사가 뇌물수수 사건의 선고에 당장은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결국 맞물려 돌아갈 개연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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