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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운동의 역사' 완간한 이만열 편찬위원장 "조국광복에 몸바친 선열들께 이 책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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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독립운동의 역사' 완간한 이만열 편찬위원장 "조국광복에 몸바친 선열들께 이 책 바칩니다"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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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강제병합 100년인 올해 학계에서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고통을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독립기념관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가 5년 동안의 작업 끝에 최근 완간한 전 60권짜리 시리즈 <한국독립운동의 역사> 는 그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념비적인 성과물이다. 모두 87명의 역사학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해 한말 의병항쟁과 애국계몽운동부터 무장투쟁, 농민운동, 청년운동, 교육운동 등 일제강점기에 다방면으로 전개된 독립투쟁의 역사를 집대성했다.

편찬위원장 이만열(72)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뒤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야 조상들에게 진 빚을 갚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강제해직된 해직교수 출신으로 자주적인 시각에서 한국사를 조망해온 진보적 성향의 원로사학자다. 2003년 숙명여대에서 정년퇴임한 뒤 2006년까지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냈으며, 요즘은 시민 대상 역사강좌에 전념하고 있다.

_ 이 시리즈는 언제 어떻게 기획했나.

"1999년부터 2년 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장을 맡으며 독립운동의 역사를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북한은 어찌됐건 항일 독립운동의 정통성을 명분으로 자기 나라를 세우다시피 했는데 우리는 헌법에서 임시정부를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독립운동 전통의 맥락에서 대한민국이 성립됐다는 것을 밝히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광복 60주년이었던 2005년 정부 차원의 기념사업으로 착수하게 됐다."

_ 완간의 의의를 말한다면.

"독립운동을 하다 고초를 당한 분들에 대해 후손으로서 예의를 다하게 된 점이 감격스럽다. 독립된 나라에서 가장 처음 해야 할 일이 독립운동사 연구인데 너무 늦어졌다. 나는 기독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윤봉길, 김구, 이동녕 선생이 묻혀있는 효창원에 이 시리즈를 바치고 '후손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라는 뜻으로 고유제(告由祭)라도 지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_ 이전의 독립운동사와 이 시리즈의 차별성이 있다면.

"1960년대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독립운동사'와 1983년 원호처(국가보훈처 전신)의 '한국독립운동사'가 대표적인데 자료모음 성격이 강하다. 이념갈등 때문에 우파 민족주의 중심이었던 이전 서술들과 달리 이번에는 1930년대 만주에서 활동한 김원봉의 조선의용대 등 좌파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투쟁 등도 조명했고, 북한에서의 항일운동 연구성과도 일부 반영했다."

_ 아쉬운 점이나 보완할 점은 없나.

"연구자마다 독립운동가의 생몰연도 기록조차 일치하지 않는 등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할 경우도 많았다. 고려인들이 갖고 있는 러시아쪽 자료가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러시아어에 능통한 연구자가 부족해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중국쪽은 아직도 자료 공개에 소극적이다. 통일 후 더 풍부한 자료와 새로운 안목이 결합된 독립운동사가 쓰여질 것으로 기대한다."

_ 식민지근대화론 등 역사학계에서는 식민지시기에 대한 재조명이 활발하다. 우리가 독립운동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으니까 일제가 근대화시켜 주었다는 논리에 경도되는 것이다. 독립운동의 역사는 국권 회복만이 아니라 근대국가를 추구하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어 임시정부만 해도 요모조모 따져가면서 법을 제정했고, 1920년대말부터 정당 사이에 제휴와 연합이 활발해지는 등 '이당치국(以黨治國)'의 경험도 했다. 독립운동의 과정에서 민중들은 민주적 역량도 쌓을 수 있었다."

_ 독립운동을 통해 민주적 역량을 키웠다는 부분에 대해 부연한다면.

"3ㆍ1운동의 예를 들어보자. 재판정에서 일본인 판사들이 '너희는 도대체 어떤 나라를 세우려고 하느냐'라고 묻자 독립운동가들은 '백성이 주인되는 나라를 세우려고 한다'고 대답했다. 왕조도 아니고 제국도 아닌 '민국(民國)'을 세우려는 것이 3ㆍ1운동의 목적이었다. 이후에도 여러 사회단체들이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했는데 지배층이 헤게모니를 지녔던 이전과 달리 민중, 백성들이 주도했다. 나는 경제발전 때문에 민주화가 됐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립운동 과정에서 쌓인 민주적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_ 최근 '탈민족주의' 역사학 연구도 조명을 받고 있다. 민족주의 역사학의 존재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집에 싸인 민족주의, 국수주의적 민족주의는 우리 학계에서 극복한 지 오래다. 역사 연구자들은 '내 민족이 귀하면 다른 민족도 귀하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단계라고 본다. 하지만 일본에서 역사왜곡을 한다거나 중국에서 우리 역사를 훔쳐갔는데, 이를 바로잡자는 것을 민족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수용하기 힘들다.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진실을 밝히자는 것은 역사적 대의와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행위다."

_ 일본이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부터 독도를 자국령으로 교육하기로 하는 등 한일간 역사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용서와 화해를 이야기하고 싶다. 우선 일본은 1904년부터 1910년까지 우리와 강제로 맺은 조약들이 무효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대신 우리는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 등에 대해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하는 '용기있는 거래'가 필요하다. 이에 더해 나는 압박과 설움이라는 식민지 경험을 '자산'으로 삼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침략만 일삼았던 국가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그 고통의 경험을 자산으로 지금도 고통받는 피압박 민족들의 눈물을 어루만져 주자. 우리 독립운동가들은 나라의 국권 회복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지향했다. 독립한 우리가 제3세계를 돕는 일은 성숙화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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