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를 조사 중인 민군합동조사단이 7일 사고 발생 시각을 지난달 26일 오후 9시22분께로 발표했다. 합조단이 이를 입증할 갖가지 근거를 들이대면서 사고 시각에 대한 의혹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사고 발생 후 진상 조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사고 시각을 확정하기까지 지난 13일간 군이 내놓았던 이상한 설명들 때문에 다른 의혹이 그만큼 더 쌓였다.
TOD 화면은 더 없나
지난달 30일 군은 천안함 사고 발생 직후 녹화한 열상감시장비(TOD) 화면을 일부 공개했다. 1분20초 분량으로 편집한 동영상에는 별다른 단서가 없었다. 군은 해안경비병이 폭음을 듣고 녹화한 것이라 사고 시각보다 4분 늦은 9시26분께부터 찍혔다고 했다. 이에 은폐 의혹이 거세지자 이틀 후인 2일에는 9시23분께부터 녹화한 앞부분을 추가로 공개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당시는 물론, 그 앞부분도 확인할 수 없었다. 의혹은 더 커졌고, 군은 7일 사고 조사 발표에서 해병 6여단의 백령도 무인장비로 자동 녹화돼 6여단 상황실에 보관돼 있던 TOD 화면을 다시 공개했다. 이번 화면에는 천안함이 정상 기동하던 사고 직전 모습이 포착됐지만 폭발로 추정되는 9시22분께를 전후한 화면은 역시 빠졌다.
이에 대해 군은 8일 "TOD를 이리저리 돌리다가 천안함의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다"고 둘러댔다. 왜 하필이면 이때 화면을 돌렸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가는 설명이었다.
TOD의 자동녹화 화면이 있는지 모르다가 이를 합조단이 뒤늦게 확보했다는 설명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군이 앞서 두 차례나 TOD 화면을 공개했는데도 TOD의 기능을 몰랐다는 것이다.
사고 시각 발표 왜 이리 늦었나
해군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는 함정의 위치를 지휘통제실에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장치다. 하지만 군은 7일 조사 결과 발표에서야 "KNTDS의 천안함 신호가 9시21분57초에 중단됐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가장 먼저 살펴봤어야 하는 정보인데 말이다. 군은 또 사고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게서 연구원 산하 백령도지질관측소에서 규모 1.5의 지진파가 감지된 시각이 9시21분58초라는 보고를 받고서도 묵살했다(본보 3일자 1면). 군이 왜 이처럼 객관적 데이터를 진작 공개하지 않고 사고 시각을 둘러싼 세간의 의혹과 논란이 커지도록 잠자코 있었는지 궁금하다.
합동참모본부는 왜 머뭇거렸나
사고 당일 군은 9시40분께 적 도발 위기에 대비한 작전예규상 최고등급인 서풍_1을, 17분 후인 9시57분께는 대잠경계태세 A급을 발령했다. 서해상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작전을 펼쳤다는 얘기다.
하지만 합참은 9시47분께 해군 링스헬기, 9시59분께는 공군 탐색헬기를 띄우는 데 그쳤다. 구조 작업에 주력했던 것이다. 공군 F_16 전투기 편대가 이륙한 것은 이보다 1시간 지난 10시43분께였다. 왜 합참이 초기 대북 작전을 주저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또 사고 조사 결과, 속초함이 미상의 물체를 포착한 것은 10시55분께였다. 전투기가 출격한 이후다. 따라서 속초함이 미상의 물체를 처음 발견한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해군 보고 제 멋대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군이 초동대응을 잘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천안함→2함대사령부→해군작전사령부→합참으로 이어지는 보고 체계는 그야말로 총체적 부실이었다.
해군 2함대사령부는 백령도 방공진지로부터 오후 9시16분께 미상의 큰 소음을 들었다는 보고를, 천안함 포술장으로부터는 오후 9시28분께 침몰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해작사에는 9시30분께라고 보고했다. 반면 해작사는 방공진지에서 청취한 소음을 천안함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 합참에 사고 시각을 9시15분께라고 보고했다. 그런데도 합참은 2함대사에서 상황을 접수한 오후 9시45분께를 사고 시각으로 혼동해 언론에 발표했다.
물론 엉망진창 보고로 야기됐던 사고 시각 논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됐지만 아직 숙제가 있다. 바로 방공진지에서 포착한 미상의 소음 부분이다. 이는 사고 발생 6분 전의 상황이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로 부각되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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