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들의 '중원' 다툼이 치열하다. 금융위기 여파로 업계의 기존 구도가 재편되면서 중위권 보험사들이 저마다 빅3(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 다음인 4위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 금명간 대대적 판도변화가 올 것이란 전망이다.
흔들리는 외국계
금융위기 전만 해도 외국계 생보사들의 약진은 무서울 정도였다. 대졸 남성 설계사나 고수익 변액보험 상품 등을 내세운 외국계는 1997년 1%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수입보험료 기준)을 2007년 21.4%까지 끌어올리며 빅3 다음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상황은 180도 역전됐다. 증시폭락 같은 투자환경 악화와 해외모기업의 유동성 위기로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생보사들은 끝 모를 추락을 겪었다. 한때 부동의 4위를 굳히는 듯 했던 외국계의 선두주자 ING생명은 때마침 금융위기와 설계사 학력조작 파동까지 겹치며 2006년 7.7%에 달했던 초회수입보험료 점유율(생명보험협회 공시 기준)이 지난해 2.5%까지 급락했다. 초회수입보험료는 장기간 누적된 수입보험료와 달리 '일정 기간동안 신규계약으로 받은 보험료'를 뜻해, 최근 영업 동향의 잣대로 사용된다.
세계 최대 보험사였던 AIG에 구제금융이 투입되면서 국내 자회사인 AIG생명은 사명까지 AIA로 바꾸는 모험을 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역시 초회수입보험료 점유율이 2007년 7.7%에서 지난해 1.5%로 주저앉았다. 같은 기간 영국계 PCA생명의 점유율도 3.2%에서 0.5%로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보험사라는 이미지가 깨지고 경영악화로 기존 설계사 조직이 대거 이탈하면서 외국계사들이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설계사 규모와 비례하는 신규계약 부문에서는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중형사 각개약진
외국계에 밀려 한동안 고전하던 국내 중형 생보사들은 최근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워 '4위' 자리를 공략 중이다.
지주사(신한금융)와의 시너지 효과를 앞세운 신한생명은 최근 순이익 규모와 신규계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2008년 교보생명에 이어 업계 2위에 오른 순익 규모가 지난해에도 업계 4위권으로 안정세"라고 강조했다. 신한은 초회수입보험료에서 1회성 요인이 강한 일시납을 뺀 월초보험료도 2008년 업계 7위(약 570억원ㆍ4~12월 기준)에서 지난해 4위(약 652억원)으로 도약했다며 4위 선점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상장에 성공한 동양생명은 건실한 자본력과 자산운용 수익률을 내세운다. 회사 관계자는 "신한ㆍ흥국ㆍ미래에셋생명 등과 함께 4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월초보험료 점유율도 2012년까지 독보적인 4위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브랜드를 앞세워 투자형 보험(변액) 열풍을 탔다가 금융위기로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미래에셋생명은 전략 변화를 모색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당장 눈앞의 순위보다는 (보험본연의) 보장성 보험 비중을 늘리는 한편 은퇴설계와 자산관리 서비스 등 영업내용에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퇴직연금 유치전의 승자가, 중장기적으로는 금융위기 같은 외부충격에 강한 건전성과 투자 및 자산관리 능력을 갖춘 회사가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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