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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의 달러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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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북한의 달러 가뭄

입력
2010.04.09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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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5일 인민군 판문점대표부 대표의 담화를 통해 색다른 대미 협박을 했다. "우리나라 도처에서 미군 유해가 마구 파헤쳐져 나뒹굴어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구장, 운산, 장진지구 등 10여 곳의 토지정리와 농사 준비 과정에서 미군 유해가 파헤쳐진 실태와 사진 자료를 미국에 두 차례나 전달하고 대책을 요구했는데도 답변이 없다는 이유다. 자신들의 인도주의적 차원의 선의와 노력을 정치적 이유로 외면한다며 미국의 '비인도적 처사'를 힐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6자회담 복귀가 우선이라며 전혀 응할 태세가 아니다.

■ 미국은 1996년부터 북한에 장비와 인원을 파견해 6∙25 때 실종된 미군의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했다. 그 2년 전 제1차 북핵위기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한 김일성-지미 카터 회담의 또 다른 성과였다. 2005년 북한의 핵실험 강행 후 부시 행정부가 미국 발굴단의 신변 안전을 이유로 중단하기까지 33차례에 걸쳐 229구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72구의 신원확인이 이뤄졌다. 미국은 유해발굴 비용으로 2,800만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군 유해 발굴은 북한에 미국과의 양자관계 유지 통로이면서 쏠쏠한 외화벌이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 최근 외화 벌이에 매달리는 북한의 자세는 애처러울 정도다. 국가개발은행을 설립하고 조선대풍국제투자그룹을 통해 대규모 외자를 유치한다지만 유엔안보리 제재 속에서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미군 유해발굴 사업은 재개만 되면 바로 달러가 들어온다. 개성공단 임금 인상과 금강산 및 개성관광 재개에 집착하는 것 역시 당장의 달러소득을 늘리기 위해서다. 제한했던 미국인 관광도 올해부터는 전면 허용하고, 개성과 금강산 코스를 포함시킨 중국인 단체관광 유치에도 열심이다. 그러나 유엔안보리 제재가 계속되는 한 북한의 외화 가뭄이 나아질 가망은 희박하다.

■ 외화의 주요 수입원인 무기 수출은 미국 주도의 국제공조로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남한으로부터도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돈맛을 보기 어렵다. 마약과 가짜담배 등의 불법적 수단에 의한 외화벌이는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많이 줄었다고 한다. 북한에 달러가 들어가면 모두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쓰는 것처럼 생각하나 국가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외화가 필요하다. 식량과 에너지, 생필품 구입, 해외공관 유지에도 달러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틀어막기보다 정상적으로 외화벌이를 하도록 길을 터주는 게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내는 방법이 아닐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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