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확보 전쟁에 대기업 회장이 직접 나서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하면서 공격 경영에 나서기 위해서, 또 미래 신성장동력 발굴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란 인식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다. 김 회장은 6~14일 뉴욕과 보스턴, 시카고,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4대 도시를 돌며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24개 대학과 대학원에 있는 한국인 재학생을 대상으로 채용 설명회를 연다.
올해 '글로벌 영토 확장'을 선언한 김 회장은 이를 통해 글로벌 사업 현황을 알리고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계획. 뉴욕대,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예일대, 매사추세츠공대, 시카고대, 스탠퍼드대, 코넬대, 다트머스대, 캘리포니아주립대(LA캠퍼스), 남가주대 등이 설명회에 참여한다.
한화 관계자는 "창사 이래 회장이 직접 해외 채용에 나서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홍기준 한화케미칼(제조) 대표와 이용호 한화증권(금융) 대표, 황용기 한화갤러리아(서비스) 대표 등이 주요 분야를 대표해 김 회장과 동행한다. 또 해외 대학 출신 선배 임직원도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간담회에 참석해 '후배 영입'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특히 한화는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태양전지,바이오시밀러 등 미래 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김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글로벌 성장 엔진을 본격 가동하고 태양광산업 등 신성장동력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미래 산업을 이끌 인재가 절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는 아울러 이날 고려대를 시작으로 12일까지 국내서도 채용 설명회를 펼친다. 한화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배 이상 늘어난 460명을 상반기에 뽑을 계획이다.
가장 공격적인 인재 영입에는 구본무 LG 회장이 나서고 있다. LG는 이미 1분기 대졸 신규인력을 3,800명이나 채용했다. 삼성이 상반기에 걸쳐 모두 3,500명의 대졸 신규 채용을 실시할 예정임을 감안하면 훨씬 큰 규모다. 특히 기능직 신규인력 1,500명까지 포함하면 LG의 1분기 채용은 5,300명이다. LG는 2분기에 700~800명을 추가 선발, 상반기만 모두 6,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1분기 대졸 신규 채용 인력 3,800명 중 연구ㆍ개발(R&D) 인력이 무려 1,900명으로 50%에 이른다는 것. 이처럼 LG가 인재 채용에 적극적인 것은 최근 구 회장이 원천 기반 기술 확보를 유독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고객가치 혁신을 선도하는 '테크놀로지 컴퍼니'가 LG의 미래 모습"이라며 "사업의 판도를 바꾸는 기반 기술을 키우고, 가능성이 확인된 새로운 사업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재를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LG는 또 올해 총 800여명의 인턴을 선발, 이중 80%이상을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했다. LG는 지난해도 670여명의 인턴사원을 선발, 56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한편 지난달 경영 복귀를 선언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인재 확보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내릴 지 여부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프트웨어 인력을 대거 모집하는 상황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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