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수출을 위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각국의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각국이 연합군 형성 및'적과의 동침'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이달엔 굵직한 원자력 관련 국제 회의가 잇따라 열려, 원자력 르네상스를 주도하기 위한 각국의 기(氣) 싸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5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는 최근 원전 수주 전쟁(Atom Race)에 돌입하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있다. 먼저 미국과 일본이 전통적 우호 관계를 바탕으로 원전 수주 연합 작전을 펴고 있다. 지난 UAE 원전 수주 경쟁에서 GE-히타치 컨소시엄이 막판까지 우리와 경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앞서 도시바는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인수, 최대 주주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도시바와 차세대 원자로 공동개발에 힘을 합치기로 해 주목을 받았다. 게이츠의 벤처회사와 도시바가 핵연료 교환 없이 최장 100년간 연속 운전이 가능한 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것. 현재 원자로(경수로)는 통상 14개월마다 핵연료를 교환한다.
미국과 일본은 또 12,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도 사실상 함께 준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 회의는 핵 테러를 막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원자력과 관련, 사실상 최초의 정상급 회의란 점에서 원전 수출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려는 각국의 물밑 대화와 힘겨루기가 펼쳐질 전망이다.
일본과 프랑스가 손잡은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가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를 수주하자, 일본과 프랑스가 연합군을 형성해 대응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UAE 원전 수주에서 우리나라에 고배를 마신 데 이어 10여년간 공들였던 베트남에서도 러시아에 패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우리 발걸음도 바빠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5일 이브 레테름 벨기에 수상과 정상 회담을 갖고 벨기에의 미라(MYRRHA)프로젝트에 우리가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프로젝트는 사용후핵연료의 장(長)수명 핵종들을 변환해 단(短)수명화하는 기술로, 성공할 경우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100분의1, 안전관리기간을 1,000분의1로 줄일 수 있다.
19~20일엔 아마노 유키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방한한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아마노 사무총장을 초청, 우리 원자력의 안전성을 강조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23~24일에는 지식경제부 주최, 한국원자력문화재단 주관으로 '행복한 원자력 페스티벌'도 열린다. 최경환 지경부 장관은 이날 "(원전 관련) 수주가 가시화한다면 전 세계적 견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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