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2관왕 이정수 선수가 코칭스태프의 강압에 의해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 출전하지 못한 사실이 확인됐다. 소문으로 알려졌던 '나눠먹기 관행'이 드러난 것이다. 선수와 코치들이 서로 합의해 '5명의 국가대표'를 미리 정해놓고 선발전 모양새만 갖추었으니 다른 경쟁자들은 물론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인 셈이다. 이런 담합에 해당 코치와 선수는 물론 코치의 윗선과 선수의 주변이 관련됐다는 의혹이 없을 수 없다.
대한체육회가 대한빙상경기연맹을 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코치와 선수들은 끼리끼리 국가대표로 선발돼 성적을 나눠 갖자고 합의했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는 선수권대회에서 양보를 강요 당했다고 한다. 또 이런 담합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수에게 일종의 '포기 각서'까지 억지로 제출토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세계선수권대회(3.19~22)에 앞서 동계올림픽(2.13~3.1) 결과에 따라 일시적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이런 '나눠먹기 담합'이 계획돼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대표선수 선발전은 짜놓은 각본에 의해 진행된 것이며, 이를 위해 선발경기 과정에서 선수들끼리 의도적으로 도와주고 방해하는 행위가 있었다는 얘기다. 사실상의 승부조작이어서 국제적 망신이 아닐 수 없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했던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에 해당한다.
선수들이 금메달 하나만 따도 각종 혜택이 부여되고 1위에 입상하면 많은 보너스를 받게 되므로 동료들끼리 나눠 갖자는 것은 언뜻 현실적 선택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공정하게 실력을 겨루는 스포츠 정신의 기본을 파괴하는 행위다. 더욱이 금품으로 얼룩진 승부조작과 뿌리 깊은 연줄ㆍ파벌 싸움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무대에 오르기 위해 피와 땀을 쏟은 수많은 선의의 경쟁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23일로 예정된 국가대표 선발전이 끝나면 재조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의 대표 선발전은 의미가 없다. 철저한 수사와 책임 규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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