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중 쇼크로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상대로 남편이 낸 이혼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아내가 가족의 장기 간병에도 불구하고 7년 넘게 혼수상태인데다, 친정 부모조차 이혼에 동의하고 있어 혼인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2001년 결혼한 A씨는 아내 B씨가 임신까지 하자 더 없이 행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이듬해 상상조차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출산 중 자궁출혈로 쇼크를 일으켜 식물인간이 된 것이다. A씨는 "언젠가 눈을 뜨겠지"라는 믿음으로 휴직까지 하며 간병했다. 그렇게 7년이 지났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친정 부모는 A씨에게 이혼이 서로를 위해 좋은 길이라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어쩔 수없이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아내를 상대로 법원에 이혼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강규태 판사는 A씨가 낸 이혼소송을 받아들였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아내 B씨가 7년 넘게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있고, 그 부모도 이혼에 동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은 민법이 정한 이혼사유 중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도 원만한 성장과 복지를 위해 A씨로 지정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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