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기(64ㆍ사진)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와와 쏴쏴> (시와에세이 발행)를 펴냈다. 시인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82년, 5공 시절의 대표적 공안 사건 중 하나인 '오송회' 사건에 연루돼 1년여 옥고를 겪고 17년 간 교직을 떠나야 했다. 오송회 사건은 당시 군산 제일고 전ㆍ현직 교사들이 학교 뒷산에서 4ㆍ19 기념행사를 치르고 시국토론을 하며 김지하의 시 '오적'을 낭송한 모임을 공안당국이 이적단체 구성으로 간주한 사건이다. 2008년 11월 재심에서 관련자 9명 전원이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가 회복됐다. 와와>
쇠막대에 꿰어져 불 속을 뱅뱅 도는 통닭을 보면서 불현듯 그때의 고문을 떠올리는 시 '통닭구이'처럼, 강씨의 이번 시집에도 씻을 수 없는 고통스러운 과거의 기억이 몇 편의 시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의 새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세속적 욕망에서 놓여나 무위(無爲)를 추구하려는
의지다. '본래 없는 것을/ 굳이 형상이 있다고/ 내가 우쭐댄들/ 없는 것이 있겠느냐?'('구름이 말하다'에서) '당신은 비워서 편안하고/ 나는 채워서 더욱 고단합니다'('술병'에서) 그는 '많은 시련을 겪었다든지 어떤 성취를 위해서/ 나의 삶은 참으로 위대했다든지/ 이제는 조용히 인식을 취하겠다든지/ 이렇게 저렇게 말하지 않'('바람처럼'에서)는 바람을 닮고자 한다.
시 한 수가 시집 한 쪽을 좀체 넘지 않는 짧은 시들이 생에 대한 그의 넉넉한 관조를 형식적으로 뒷받침한다. 엄혹했던 세월 탓에 첫 시집 <철새들도 집을 짓는다> (1988)를 등단 32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민박촌> (2008)을 10년 만에 냈던 시인은 이번엔 2년 만에 신작 시집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 8월 교직에서 정년퇴임했고, 오송회 사건 재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아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며 "부지런히 시를 쓰려 한다"고 말했다. 민박촌> 철새들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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