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동당 비서였던 황장엽(87)씨가 한국으로 망명했을 때 "개만도 못하다"고 격하게 비난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1997년 황씨의 한국 망명 직후 김 위원장이 당 간부들에게 한 비밀연설의 전문을 입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인간이 아니며, 개만도 못하다"고 분노하면서
"소동떨 것 없다. 그러면 (황장엽의) 가치만 높여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또 "혁명적 신념과 양심은 혁명가와 배신자를 구분 짓는 기본 지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4용지 10장 분량의 이 연설문은 황씨가 한국으로 망명한 1997년 2월 12일 직후인 같은 달 17일과 3월 5일 두 차례 행한 연설을 기록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인생도 얼마 남지 않은 74세에 당과 수령을 배반한 자를 어떻게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면서 "지주의 자식으로 일제 때 공부한 낡은 지식인"이라고 황씨를 비하했다. 그는 이어 "황은 주로 교육, 선전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당과 국가, 군사기밀을 알 만한 업무와는 관계가 없다"면서 황씨의 망명 후 언동에 동요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한편 황씨는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4일부터 8일까지 일본을 방문, 나카이 히로시(中井洽) 공안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 등 정부 관계자와 만나 북한 정세 및 북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황씨는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들의 가족과도 면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 정부는 황씨의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황씨의 구체적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범수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