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고 8일째인 2일 오전. 전날까지 초속 16m의 강풍이 불던 바다는 잠잠해졌고 2~3m의 높은 파도는 잦아들었다. 짙은 안개는 말끔히 걷혀 시정거리가 18m로 회복됐고 풍랑주의보도 오전 4시를 기해 해제되면서 인천과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운행을 재개했다.
기상 악화로 이틀 동안이나 실종자 수색ㆍ구조 작업에 나서지 못했던 해군 잠수구조대의 손길도 바빠졌다. 해군 해난구조대(SSU) 및 특수전여단(UDT) 대원들은 잠수복과 공기탱크 등 장비를 점검하며 투입 명령만 떨어지길 기다렸다. 저마다의 눈에는 더 늦기 전에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려야 한다는 결의가 가득했다.
백령도 인근 해역의 기상상황이 호전되면서 군은 고무보트 14척과 잠수구조대 102명 등을 동원, 물살이 느려지는 정조(停潮) 시간대에 맞춰 실종자 구조에 나섰다. 중앙 119구조대원 11명도 정오쯤 용기포구를 출발, 광양함 인근에 도착해 오후 4시부터 구조작업을 도왔다.
군 잠수구조대는 이날 오전 10시41분 함미(艦尾) 부분, 오전 10시55분께 함수(艦首) 부분에 입수해 탐색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백령도 서남쪽 2.4km 지점에 있는 함미 왼쪽 출입문을 확보한 구조대는 이날 승조원 식당을 거쳐 대부분의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부 선실까지 진입을 시도했다. 함수 부분에서는 함장실을 거쳐 전탐실 등을 집중 수색했다. 군 관계자는 "함미 왼쪽 출입문까지 잠수요원 인도용 밧줄을 연결한 상태"라며 "왼쪽 출입구에서 승조원 식당까지 인도용 밧줄을 연결해 실종자를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속한 구조작업을 위해 UDT 요원 20명을 진해에서 사고 현장에 추가 투입했다"고 덧붙였다.
잠수요원들은 함미 선체 내부에 진입해 내부 선실까지의 진입로 확보에 주력했다. 침몰된 선체와 연결된 밧줄을 잡고, 앞서 확보한 출입문을 통해 선체 내부로 들어갔다. 잠수요원들은 줄을 잡고 함미 왼쪽 출입구에서 승조원 식당까지 들어간 뒤, 내부 선실까지의 진입로 확보를 위해 로프 설치를 시도했다. 이와 함께 구조대는 함미 쪽 출입구와 함수 왼쪽 출입구에 부이(부표)를 하나씩 더 설치하고 인도용 밧줄을 추가로 연결했다.
높은 파도와 강풍으로 수색 작업을 멈췄던 해병대도 백령도 인근 해안가를 중심으로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해병대원 70여 명은 오전 10시부터 작전용 고무보트(IBS) 15척에 나눠 타고 백령도를 포함해 대청도와 소청도 인근 해안을 샅샅이 훑었다. 해병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구명의 보관상자와 군용 이불 등 31종 총 103점의 부유물을 회수했는데 추가로 발견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 구조함 '살보함'에 이어 미 상륙함인 '하퍼스페리'도 이날 사고 해역에 도착, 감압 챔버와 헬기 등을 지원했다.
한편 천안함을 인양하기 위해 이날 오전 현장에 오기로 돼있던 해상크레인(삼아2200호)은 기상 악화 때문에 현재 머물고 있는 소청도 해상에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톤급인 삼아2200호는 지난달 29일 경남 거제시 성포항을 출발해 1일 오전 소청도 남쪽 600m 해상에 도착, 닻을 내린 상태다.
백령도=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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