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력을 이렇게 마구 빼가도 되는 거요. 상도의를 지키세요.”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평소 친분 있던 두 대형증권사 사장이 최근 사석에서 몸싸움 직전까지 갈 정도로 말싸움을 벌인 것이 화제다. 서울 강남 고액 자산가에 대한 공략을 부쩍 강화한 A증권사가 B증권사 핵심 PB(자산관리사)를 잇따라 빼가자, B증권사 사장이 분노를 감추지 못했던 것. B증권사 관계자는 “A사의 횡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애써 참아오던 사장님이 추가 이탈 소식을 듣고 강력하게 항의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요 증권회사의 ‘PB 모셔오기’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최근 증권사 수익에서 거래 수수료 대신, 자산위탁 관리 분야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당 부문의 핵심 인력인 PB의 몸값이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는 것.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에는 유능한 영업맨에 대한 스카우트 경쟁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거액 자산가를 단골 고객으로 거래하는 PB가 각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도 “일선 지점의 경우 상위 5% 고객에게서 나오는 수익이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른바 전주(錢主)를 단골로 확보한 PB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의 경우 올들어 강남지역의 지점을 27개에서 31개로 늘리고, 이들 지역에 배치하기 위해 외부에서 30명의 PB를 채용했다. 또 대우증권도 4개 PB센터를 포함해 강남지역에 6개의 지점을 신설키로 했다.
문제는 PB점포망 확대에 필요한 인력이 모자라다 보니, 주요 업체간 인력쟁탈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C증권사로 이직한 강남의 한 지점장은 “회사를 바꾼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이직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대개는 개인 단위로 움직이지만, 일부 유능한 PB에게는 함께 일하는 동료나 부하와 함께 패키지로 옮겨와도 된다는 제의가 오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 가격이 오르듯 PB연봉도 최근 급등하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년 내외 경력의 PB 평균 연봉은 1억~2억원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2, 3배까지 오른 상태다. 한 관계자는 “3년간 40억원을 주겠다는 증권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PB쟁탈전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증권업체는 기존 인력 지키기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표사례는 삼성증권이다. 이 회사는 관리자산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핵심 PB인력 80명을 ‘마스터 PB’로 선정해 ▦전용 사무실 ▦보조 인력 제공 등 임원급 대우를 하고 있다.
남보라 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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