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에 가까운 회사공금을 빼돌린 전 동아건설 자금부장에게 법정최고형이 내려졌다.
서울동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 정영훈)는 회삿돈 1,898억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모(49)씨에게 횡령과 사기 혐의로 22년6월의 징역형과 함께 벌금 100억원을 선고했다. 박씨의 횡령을 도운 전 동아건설 자금과장 유모(37)씨와 하나은행 직원 김모(50)씨는 각각 징역 7년과 5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횡령에 대한 최고형인 15년에다 사기죄로 2분의1 형량(7년6월)을 가중해 유기징역으로는 법정최고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박씨는 2008년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어 수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일반인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돈을 횡령해 회사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채권자들의 투자금 회수 기대 역시 좌절시켰다"며 중형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횡령한 돈의 상당 부분을 해외원정 도박으로 탕진하는 등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줬고 이를 변제하려는 노력도 없었다"며 "겉으로는 반성하는 척하면서도 진상을 밝히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04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출금청구서를 위조하거나, 제3자의 허가가 있어야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질권'을 서류상으로만 허위로 설정하는 방법으로 회사 운영자금 523억원과 은행예치금 477억원, 신탁자금 898억원 등 회삿돈 1,898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구속기소됐다.
박씨는 검찰조사에서 빼돌린 돈 가운데 929억원은 횡령사실을 숨기기 위해 다시 회사 계좌로 입금하는 '돌려막기'에 사용했고 나머지 금액은 카지노 도박, 부동산 구입 등에 썼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검찰은 회수되지 않은 970여억원 대부분을 박씨가 은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 관계자는 "벌금 100억원이 선고됐지만 박씨가 낼 돈이 없다고 하면 노역장에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노역장 유치는 3년 이내로 제한돼 있어 박씨의 하루 노역일당은 물경 913만여원 꼴이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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