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1일 "지난 8월 대선 과정에서 유엔을 비롯한 서방인들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고 한 발언의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아프간에서 대 탈레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서방국가들을 향해 '부정선거 책임'을 주장한데 해 2일 미 행정부는 곧바로 "터무니 없다"며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프간에 3만병력을 증파키로 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가로 줄곧 카르자이 대통령에게 "정부 내 부정부패를 근절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런데 카르자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바마 대통령의 아프간 방문 직후 마치 "선거부정 시비의 원인이 서방국가에 있다"는 식으로 미국을 겨냥하자 뜻밖의 공세를 당한 미 정부는 강하게 맞대응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카르자이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해명해야 한다"며 "정말로 문제가 있는 언급이었다"고 항의했고 필립 크롤리 국무부 차관보도 "가당찮은 일"이라고 비난했다. 미 언론들도 "양국간 신뢰에 상처를 줬다"고 카르자이를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3일자 사설에서 "이번 일이 아프간 국민의 안위를 위해 힘쓰는 오바마 정부의 노력을 깎아내렸다"고 전했다.
한편, 2일 카르자이 대통령은 사태 무마 차원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가진 뒤 대변인을 통해"양국 간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3일자에서 "카르자이 대통령이 클린턴 장관에게 발언이 왜곡됐음을 전했지만, 사과의 말은 하지 않았다"고 보도, 양측의 앙금이 그대로임을 시사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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