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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중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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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수중폭발

입력
2010.04.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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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원인이 수중 폭발로 굳어졌다. 바다 밑 지진파의 특성으로 보아 인공 폭발이 확실하다고 한다. TNT 180kg 정도의 폭발 충격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전문가라는 이들조차 갖가지 잡다한 추리로 혼란을 부추긴 상황이 정리된 셈이다. 그러나 애초 함장과 승조원들의 증언만으로도 해저기뢰 등에 의한 전형적인 수중 폭발 양상이 뚜렷했다. 폭발과 함께 1,300톤 크기 함정이 솟구치며 뒤틀려 두 동강 났다. 내부 폭발, 함체 피로 파괴, 암초 충돌 등과는 전혀 달랐다.

■ 기뢰나 폭뢰, 특수어뢰 등에 의한 수중 폭발(Underwater explosions)은 생각보다 난해한 원리가 작용한다. 수상함을 노리는 해저기뢰(Bottom Mine)나 잠수함 공격용 폭뢰(Depth charge)는 표적에 부딪칠 때보다 수중 폭발 때 생기는 충격파의 파괴력이 훨씬 크다. TNT보다 폭발력이 큰 특수폭약이 거센 화학반응을 일으켜 고압의 개스 버블(Gas bubble), 큰 공기방울들을 만든다. 이 버블이 수압에 의해 팽창하면서 충격파를 일으킨다. 수심이 아주 얕으면 버블은 곧장 물 위로 치솟는다. 그러나 수심이 수십m 에 이르면 수압 차이로 버블이 수축했다 팽창하면서 연쇄적으로 더 큰 충격파를 일으킨다.

■ 영화에서처럼 폭뢰를 투하하면 곧장 물기둥이 치솟는 것은 수압에 따른 폭발 수심을 일부러 얕게 맞춘 때문이다. 통상 잠수함 수심인 수십m 깊이에서 터지게 하면, 수면이 불룩하게 나왔다가 한참 지나 물기둥이 솟는다. 실전에서도 최초 충격파는 함선 내부에 손상을 주는 데 그친다. 그러나 연쇄 충격파는 배를 뒤틀리듯 요동치게 한다. 플래스틱 자(尺)를 구부렸다 펴기를 반복하면 꺾어지듯, 배가 두 동강 난다. 미 해군 실험에서 많게는 16 차례 충격파가 발생했다. 폭뢰 투하 함정은 이 충격파를 피해 시속 11노트 이상으로 항진해야 한다.

■ 해저기뢰와 폭뢰는 1,000kg이 넘는 특수폭약이나 원폭을 쓰기도 하지만, 보통100kg 안팎이다. H6 폭약은 TNT 1.5배 폭발력이 있다. 천안함도 이런 폭뢰(MK9) 12발을 함미 갑판에 싣고 있다. 함선의 스크류 음향과 자기장(磁氣場)에 반응하는 해저기뢰는 고속함정의 개스터빈이나 스크류 음향 특성까지 식별하는 것도 있다. 이런 기뢰를 어뢰에 장착한 모바일 기뢰는 잠수함이 최대 18km 거리에 몰래 부설할 수 있다. 국방부장관은 어뢰를 의심한다지만, 그리 단정할 근거는 모호한 듯하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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