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희생은 원치 않습니다. 구조ㆍ수색 작업을 중단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3일 오후 9시45분 경기 평택시 제2해군사령부 해군회관 2층 브리핑 룸에 천안함 실종자 가족대표 3명이 비장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가족협의회 대표인 이정국씨는 "참으로 어렵고 가슴 찢어지는 심정으로 다음과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됐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이 씨는 "(실종자 가족들이) 4일부터 모든 인명 구조 및 수색을 중단하고, 선체인양 작업에 돌입하도록 결정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앞서 군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고(故) 남기훈 상사의 시신을 귀환하는 과정에서 '현재 선체의 내부가 충격을 받은데다 바닷물 유입으로 매우 위험한 상태'라고 들었다"면서 "(실종자 구명에 대한) 기대를 버린 것은 아니지만 잠수 요원이 계속 진입할 경우 또 다른 희생이 우려돼 더 이상 선체 내부에 대한 진입을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명 구조' 대신 '함체 인양'을 택한 가족들의 어려운 결정은 고심 끝에 나왔다. 앞서 해군 측은 "현재 1일 현장 작업시간은 4∼5분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1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구조 및 인양 방식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가족협의회에 일임했다. 이에 따라 실종자 가족들은 3일 오후 7시 전체 모임을 갖고 투표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
실종자 가족이 구조작업 중단을 결정하기까지는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한주호 준위 사망에 이어 금양98호의 침몰사고까지 터진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남기훈 상사가 숨진 채 발견되자 더 이상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그러나 "모든 가족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면서 "또한 실종자들의 사망을 인정한 것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가족협의회는 앞으로 선체 인양 시 발견되는 희생자는 평택 2함대 사령부에 안치키로 했다. 또 실종자 전원이 귀환할 때까지 장례절차 논의도 일체 중단키로 했다.
한편 광양함에서 머물며 인양작업을 참관중인 가족대표단 9명은 함수와 함미 인양을 위해 국내 민간 선박인양 업체 2곳을 선정해 협의를 진행 중이다.
평택=김창훈 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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