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가 15일 의회에 보고할 예정이던 반기 환율보고서 발표를 연기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지가 보고서 최대 현안이었던 만큼 정점으로 치닫던 미중 환율전쟁은 한숨 돌리게 됐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앞으로 석 달간 중요한 미중간 고위급 회담이 보다 강력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잡힌 세계경제를 만드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 회담들이 미국 이익을 증진하는 최적 장소"라고 연기 배경을 밝혔다.
양국은 12일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와 이달 말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의 정상급 고위 회담이 예정돼 있다. 다음달 중국에서 미중 전략경제대화가,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G20 정상 및 재무장관 회의가 열린다. 환율보고서 채택은 6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발표 연기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지 여부의 결정이 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양국 간 무역보복이 불가피해 미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그렇다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정치권과 여론의 정서가 받아들이기 어렵다. 2주 전 130명의 하원의원들은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행정부에 요구하는 서한을 냈고, 14명의 상원의원들도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지 않을 경우 강한 무역보복을 가하는 법안을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행정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등 대결적 방식 보다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외교적 수순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 연기가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핵정상회의 참석통보 다음날 나온 것도 새겨볼 대목이다. 후 주석의 워싱턴 체류(12~13일)와 보고서 발표 예정일(15일)이 인접해 후 주석의 체면을 고려한 측면이 짙다. 이란ㆍ북한 핵문제, 핵감축 등에서 중국의 협조가 아쉬운 상황도 감안됐을 수 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중국 전문가 니콜라스 라디 연구원은 "미 행정부가 환율문제를 양자보다는 다자차원서 처리하겠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중국이 일련의 회담을 통해 미국 요구를 수용할 지는 알 수 없다. 가이트너 장관은 이날 "중국의 유연하지 않은 환율체제가 다른 신흥시장국들의 자국통화 절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중국이 점진적 평가절상을 시사한 적이 있는 만큼 대화로 환율문제가 해소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재무부는 1992년 5월~1994년 7월 마지막으로 5차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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