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천안함 침몰 다음 날인 지난달 27일 가장 객관적 증거인 지진파 분석 결과를 보고받고도(본보 3일자 1면) 사고 발생 시각을 닷새 뒤인 1일에서야 발표한 사실을 뒤늦게 인정했다. 하지만 해명 내용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이런 가운데 군 지휘 계통을 통해 침몰 전 사고 조짐이 보고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고 시각에 대한 의혹도 커지고 있다.
보고 받았지만 함구
박정이 민군 합동조사단장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27일 지진파에 대해 보고받았지만 다른 여러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사고 시각을) 판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그러나 정황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이기식 함동참모본부 정보작전처장도 이날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나중에 다 결과가 나올 테니 그때 얘기하자”며 입을 다물기는 마찬가지였다.
앞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백령도지질관측소는 26일 오후 9시21분58초 발생한 지진파를 즉시 관계 기관에 보고했고, 군은 1일 종합 발표에서 이 내용을 자료에 슬쩍 집어넣어 사고 시각을 당초 9시30분에서 22분으로 정정했다. 또 최원일 천안함장이 28일 내부 조사에서 사고 시각을 9시30분에서 22분으로 정정했지만 군은 이 사실 공개하지 않았다.
그 사이 군은 사고 시각을 놓고 오락가락하며 불신을 자초했다. 특히 새로운 주장이 제기될 때마다 사고 시각이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군이 초동 대응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 사고 시각을 늦추려다 마지 못해 하나씩 인정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군은 사고 당일에는 9시45분께라고 했다가 다음 날인 27일 함장이 실종자 가족들과의 면담에서 9시30분께라고 밝히자 황급히 15분 앞당겼다. 군은 29일 김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9시25분께라고 했음에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구조 현장에 출동한 해양경찰청이 28일 보도 자료를 통해 사고 시각을 9시15분께로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군은 “우리 자료가 맞다”며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는데도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 “이제 분초가 중요한 게 아니라 사고 원인이 중요한 것 아니냐”며 “자꾸 예단하면서 소설 쓰지 말자”고 엉뚱한 말을 해 빈축을 샀다.
최초 사고 인지 시점은
일부 언론은 3일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 지난달 26일 오후 9시15분께 천안함이 소속된 해군 2함대 사령부가 해군 작전사령부에 최초 보고를 했다는 문건을 공개했다. 군이 발표한 사고 시각인 9시22분께와는 무려 7분이 차이가 난다.
하지만 군은 “갑자기 꽝 하는 폭발 소리가 났다”는 최 함장의 진술 등을 근거로 침몰 전 비상사태 징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2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어뢰 접근 등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고, 박정이 조사단장도 4일 “9시19분께 천안함과 2함대가 교신했는데 일상적이고 평온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최 함장이 사고 당시 작전을 지휘하는 함교가 아니라 함장실에 있었고 생존자들이 전투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던 점, 일부 장병들이 여가 시간에 운동 등을 하는 후타실에 모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9시22분께 이전에 어떤 교신 기록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이기식 합참 처장)고 얼버무리던 기존 군 당국의 태도를 감안하면 이 또한 석연치 않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