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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치무라 간조와 김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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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우치무라 간조와 김교신

입력
2010.04.0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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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근대국가로 발돋움한 메이지(明治)유신 100년이 되었던 1968년, 유신 이후 그 동안 일본에서 어떤 책이 가장 많이 팔렸는가를 조사했더니, 놀랍게도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 1861~1930)의 기독교 관련 서적과 나쓰메 소세키(夏目溯石, 1867~1916)의 문학 작품이었다고 한다(노명식 <함석헌 다시읽기> 인간과자연사 출판, 2002).

토양에 맞는 진리 추구 아쉬워

나쓰메 소세키는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소설가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우치무라 간조는 뜻밖이다. 기독교 인구가 1%도 되지 않는 나라에서, 그것도 기성 교단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무교회주의자’란 딱지가 붙여진 기독교 사상가의 책이 그토록 사랑을 받았다니 말이다. 1930년 3월 28일 세상을 떠난 우치무라 간조는 올해로 80주기를 맞는다.

우치무라는 서양의 역사 속에서 왜곡, 굴절된 교파 기독교는 일본의 토양에 적합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그는 비록 일본이 외국에서 진리의 싹을 받았지만, 일본인의 마음 깊은 곳에서 배양되지 않은 진리를 가지고는 구원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본 기독교는 ‘일본인 특유의 관점에서 해석된 기독교의 진리’이어야 하며, ‘어떤 외국인의 중재도 없이 하나님으로부터 일본인들이 직접 받은 기독교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교회주의’의 핵심 가치이기도 하다.

그는 제일고등중학교(현 도쿄대학 교양학부)에서 교편을 잡고 있던 1891년, 양심에 따라 일왕에 대한 절을 거부한 ‘불경사건(不敬事件)’으로 반역자로 몰려 직장을 잃고 아내와도 사별하는 비극을 겪었다. 일본제국 헌법이 ‘신성불가침’이라고 규정한 일왕에 대해, 한 개인이 현세를 초월하는 보편적 존재(하나님)를 근거로 일왕의 신성을 부정한 것이다. 인간을 신격화하는 관행에 대해 ‘No!’라고 선언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자, 현세의 모든 것을 상대화 할 수 있는 절대적 진리가 엄존함을 과시한 사건이었다.

우치무라 간조가 주관하던 성서연구회에는 당시 도쿄고등사범학교에 다니던 조선인 유학생 김교신(金敎臣, 1901~1945)이 출석하고 있었다. 함흥공립농업학교 졸업 무렵 3ㆍ1운동 때 태극기를 제작해 돌렸다가 가택수색을 당하기도 했던 김교신은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철심(鐵心)을 품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일제에 대한 적개심에 타오르던 청년 김교신의 눈에 우치무라의 모습은 어떻게 비쳤을까?

“국적(國賊)으로 전 국민의 비방을 받으면서도 조국 일본을 저버리지 못하는 애국자의 열혈(熱血), 이것이 나를 끌어당겼다. 조선에 만일 그와 같은 애국자가 출현했다면 쏟아 바쳤을 경모(敬慕)의 염(念)을 그에게 바쳤다.” 우치무라의 진리에 바탕을 둔 애국심이 한 식민지 청년의 조국애에 공명(共鳴)을 일으킨 것이다.

우치무라 문하에서 7년간 성서를 배운 김교신은 이후 15년간 월간 ‘성서 조선’을 발행했으나 1942년 3월 일제에 의해 158호로 강제 폐간 됐다. 그의 무교회는 ‘반(反)교회’가 아니었다. 성서의 진리는 받아들이되 서양 기독교의 형식과 제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양의 역사와 전통 속에서 형성된 제도와 형식을 한국 기독교가 금과옥조로 여길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선 김치 냄새 나는 기독교’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교신의 지론이었다.

한국적 기독교 외면하는 현실

교회사학자 서정민 교수(연세대)는 “김교신만큼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한국적 기독교는 기독교 역사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땅의 개신교 지도자 대부분은 김교신을 애써 외면한다. 심지어 ‘이단’ 딱지를 붙이기도 한다. 성조기 흔들던 손이 부끄러워서 일까, 아니면 ‘영업’ 방해가 우려돼서 일까.

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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