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극동함대 사령관이 불법적으로 강화도에 군사행동을 개시하였다가 패퇴하면서 외규장각의 도서를 약탈해 갔다. 이의 존재가 확인되어 1993년 미테랑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 간에 이를 영구기탁의 형태로 반환하겠다고 했지만 프랑스는 약속을 깨고 반환하지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는 정부에서 임대형식으로 돌려받기로 시도하다가 국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현명했다. 2006년에 우리 국회는 반환촉구결의안을 채택하기에 이르렀고, 2007년 국내 시민단체인 문화연대가 나서서 파리 행정법원에 반환소송을 제기하여 작년 연말에 판결선고가 있었다. 프랑스 법원의 논리는 이는 프랑스 국유재산에 편입되었기에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우리의 국유재산은 양도 불가
그러나 외규장각 도서는 도리어 한국의 국유재산이고 양도불가능한 것이기에 프랑스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프랑스 법원도 판결에서 외규장각 도서가 약탈된 것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였다. 그간 약탈문화재를 찾아오는 일에 우리정부가 미적거리고 있을 때 시민단체가 적극 노력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17년 세월이 흐른 후 지난 3월 우리 외무부장관의 반환문제 논의 제안에 대해 프랑스측이 다소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앞으로 프랑스의 태도를 주시할 일이다. 프랑스가 진정 문화재 약탈국가의 오명을 지우려면 외규장각 도서들을 모두 한국에 반환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문화재 반환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이다. 10만여 점이 넘는 해외에 반출된 우리 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 있다. 지난 식민지지배 시기에 일본이 우리 문화재를 약탈하거나 파괴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라도 일본에 존재하는 우리 문화재를 한국에 반환하는 일에 한국과 일본이 적극 나서야 한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나돌던 조선왕실의 국보급 희귀 문서들이 일본 왕실 도서관인 궁내청 서릉부에 보관되어 온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제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 21세기의 문명시대에 이러한 사실을 숨기는 것은 더 이상 일본의 국격에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올해는 한일강제병합이 있은 지 100년이 되는 때이다. 1905년 을사늑약부터 1910년의 합병조약에 이르기까지 벌어진 진실과 이 조약의 무효에 대해 양국이 마주앉아 논의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여 한일관계를 보다 미래지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동북아공동체의 논의도 이러한 것들이 잘 정리될 때 힘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일본에 있는 한국의 문화재를 공동으로 조사하고 반환문제를 적극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 정부도 종래의 소극적인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나와야 한다. 국가가 자기 나라의 문화재를 보호하고 잃어버린 문화재를 찾는 일은 헌법 제9조가 정하고 있는 의무이다. 외교적으로 껄끄럽다고 하여 이 일을 묻어두거나 천연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가 해야 할 의무는 말로 때운다고 해서 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제 정부는 이를 추진할 부서를 분명히 하고, 문화재를 찾겠다는 의지를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해가야 한다. 이를 전담할 문화재청의 조직과 인력을 보강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가 구체적 행동 취할 시기
일본 오사카에 갈 때마다 나는 시립동양도자미술관에 들른다. 그곳에는 외교관을 지낸 이병창 선생이 모은 최고 수준의 청자와 백자 300여점이 기증 전시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명품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800여점에 이르는 우리 도자기가 소장돼 있다. 나는 이러한 것 모두가 한국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일합병 100년이 되는 해, 일본은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표기하는 일을 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재를 돌려주는 것을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는 외교문제가 아니라 국가간 대의(大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종섭 서울대 교수 · 새사회전략정책硏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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